경기도 소재 대학병원의 신경과 레지던트(전공의) 1년차인 K(27)씨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3시간쯤 된다. 병원 내 레지던트 숙소에는 알람시계 10여개가 굴러다니지만 무용지물이다. 한번 잠이 들면 전화도 받지 못해 간호사들이 뛰어와 야간 응급환자가 왔다고 흔들어 깨우기 일쑤다. K씨는 "일주일 근무시간이 120시간을 넘는다"며 "주 5일 근무는 고사하고 중간에 깨지 않고 5시간만 자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중견병원의 내과계 레지던트 3년차인 A(30)씨는 주당 평균 80시간을 근무한다. 그는 "많이 양호해진 편"이라고 했다. 1년차 때는 주당 120시간 안팎, 2년차에는 주당 100시간 정도 일했다. A씨는 "레지던트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못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혹여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오더(환자에 대한 처방)를 내릴 때 너무 피곤해서 졸다 보니 약물 복용량을 잘못 처방한 적도 있어요. 외과 계열은 심근경색 등 촌각을 다투는 심각한 질환도 많습니다. 야간당직 의사가 잠에서 깨지 않는 바람에 치료 타이밍을 놓쳐 문제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4~5월 전국 전공의 9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병원 레지던트 10명 중 4명(42.2%)이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6일 근무로 치면 하루 17시간, 주 5일 근무인 경우 하루 20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주 80~100시간 일하는 전공의도 26.2%에 달했다.
휴일에 근무하느냐는 질문에는 67%가 '항상 출근한다'고 답했고, 2%만 '쉰다'고 답했다. 연간 14일의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전공의가 64.1%였고, 이 중 40.4%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서로 휴가 안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탓에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본인의 업무량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4.4%가 '과다' 또는 '매우 과다'라고 평가했다.
이원용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들이 본연의 업무와 수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의료 외 업무나 단순업무에는 보조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며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연속 당직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