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설득의 심리학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KAIST 겸임교수 입력 : 2010.04.10 03:13 / 수정 : 2010.04.10 14:31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뛰어나면 생존경쟁에서 늘 이기는 쪽에 설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Influence)'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도 하다. 치알디니는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희소성을 설득의 6대 법칙으로 제시했다.
설득 법칙은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자 케빈 더튼이 창안한 '초설득(supersuasion)'도 그 중 하나다. 더튼은 상대의 인지 능력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는 설득 기술을 초설득이라고 명명하고 스파이스(SPICE)라는 5대 구성요소를 제안했다.
① 단순성(simplicity)―사람 뇌는 짧고 단순한 말에 쉽게 설득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키케로, 에이브러햄 링컨 등 역사적 연설을 남긴 웅변가들은 간단명료한 문장을 구사했다. 카이사르는 로마 시민에게 보낸 승전보에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는 단 세 마디를 사용했다. 단순한 말일수록 설득력이 높다.
②상대방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감지하도록 할 것(perceived self-interest)―같은 말도 당신 자신보다는 설득하고 싶은 상대에게 이익이 되는 것처럼 할 줄 알아야 한다. 틀 효과(framing effect)를 활용하면 된다. 가령 '생존율 90%'와 '사망률 10%'는 같은 내용이지만 환자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문제의 제시 방법에 따라 인간의 판단이나 선택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의 표현방법은 프레임(틀), 프레임이 달라짐에 따라 인간의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라 이른다. 가급적이면 상대방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표현으로 정보를 제공하면 설득이 쉽다.
③부조화(incongruity)―설득의 무기로 가장 강력한 것은 해학(유머)이다. 상대를 유머로 웃길 수 있다면 설득이 쉬워진다. 유머가 설득력이 강한 것은 서로 융합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내용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부조화한 개념이 융합하려고 할 때 웃음이 발생한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팽팽한 기대가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변화했을 때"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유머의 부조화한 내용이 기대에 어긋날 때 웃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웃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더 쉽게 협력하게 된다. 협동을 끌어낸다는 측면에서 유머는 인간 관계를 긍정적으로 촉진시키는 사회적 접착제인 셈이다. 유머의 설득력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때때로 유머작가를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④신뢰(confidence)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 설득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뢰는 설득의 진실성을 담보하는 최선의 무기이다.
⑤ 감정이입(empathy)―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설득하겠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남을 배려하고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접근하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스파이스 이론은 단순한 언어로 유머가 풍부한 화술을 구사하면 순식간에 설득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초설득은 하반기에 출간될 '1초의 몇 분의 1의 시간의 설득(Split - Second Persuasion)' 이라는 저서에 소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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