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학장을 역임하신 고 윤성범 박사의 일화이다. 독일서 유학할 때, 성탄절이 되었다. 각국 유학생들이 모여 자기네 나라 성탄 찬송을 부르는데, 윤 박사는 고요한 밤을 우리 말로 불렀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학생이 '그건 우리나라 사람인 그루버가 작곡한 건데.' 하고 말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불렀더니, 이번에는 영국 사람이 '그건 우리나라의 헨델이 작곡한 건데.' 하고 나섰다.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데 미국 학생이 '당신네 나라는 4000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며 성탄 노래 하나 없는가?' 라고 비꼬는 것이었다.
윤박사는 '없기는 왜 없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불러야 할지 선곡을 해야 하니까 다른 사람이 먼저 부르시오.' 하고는 아리랑 곡조에다 찬송가 가사를 맞춰 보았다. 아리랑은 우리나라 가락이 분명하고, 가사야 우리말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도우셨는가! 딱 맞는 가사가 있었다.
윤박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리랑 곡조에 맞춰 노래를 하기 시작하였다. (가사에 맞추어 불러보라.)
괴로운 인생길 가는 몸이 평안히 쉬일 곳 아주 없네. 걱정과 근심이 어디는 없으리 돌아갈 내 고향 하늘 나라.
눈을 지그시 감고 구성지게 불렀더니 모두들 '아멘!' '아멘!'하고 화답을 하는 것이었다. 요란한 박수와 함께 2절을 부르라는 것이었다. 1절 부르기도 국제적인 사기극이라 양심의 가책을 받았는데, 2절씩이나? 사양을 해도 막무가내다.
윤박사는 눈물이 났다. 선교 100년이 다가오는데(당시는 1950년대) 한국인이 작사 작곡한 성탄 찬송 하나 없어서 이런 사기를 치게 되었으니 눈물이 났고 화도 났다. 눈물을 머금으며 2절을 불렀다.
광야에 찬 바람 불더라도 앞으로 남은 길 멀지 않네. 산너머 눈보라 재우쳐 불어도 돌아갈 내 고향 하늘 나라.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찬송을 부르자, 모두들 큰 은혜 받았다고 아우성이더라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려주며 윤박사님은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오소운씨도 작곡을 하는 줄을 알고 있는데, 우리 된장찌게, 김치 냄새가 나는 곡조로 작곡을 해 주시오. 한국인의 작사 작곡에서 버터 냄새가 나서야 되겠소? 그래서 나같은 국제적인 사기를 치는 사람이 다시는 없게 해 주시오."
그런 말씀 없더라도 나는 민속조(民俗調)로 작곡을 해 왔는데, 그 말씀을 듣고 나서는 더욱 한국풍으로 작곡할 것을 다짐했다.
미국 장로교 찬송가인 The Presbyterian Hymnal(1990 판) 346 장에는 아리랑 곡조로 된 찬송이 실려 있는데, Tune Name은 ARIRANG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 1절만 소개한다.
Christ, You are the Fullness of God, First born of everything. For by You all things were made; You hold them up. You are head of the Church, Which is Your body. First born from the dead, You in all things are supr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