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 소리로 찬양하며 비파와 수금으로 찬양할지어다(시편 150편 3절)
성경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악기는 나팔로서 121회나 언급되어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것은 수금(50회)과 비파(28회)인데, 이들은 중동 주변에서 인기를 누린 전통 악기이므로 한국인에게는 모두 생소한 것들이다. 심지어 수금과 비파를 갖다 놓고 어느 것이 수금인지, 어느 것이 비파인지 물어도 자신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수금은 보통 영어 harp로 번역되지만, 우리가 오케스트라 연주때 볼 수 있는 하프보다는 크기가 훨씬 작다. 줄을 튕겨서 공명통을 울리는 방법은 같지만, 차라리 수금(豎琴)이라는 중국어 번역이 훤씬 더 정확하다. 왜냐하면 '더벅머리 수(豎)', '거문고 금(琴)'에는 '작은 거문고'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에서 유행하던 크로마하프는 크기면에서 수금과 비슷하다. 학술명으로도 Auto harp이고, 성곡을 연주하기에도 적합하여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악기의 기원은 하프와 달리 스위스 일대에서 사용되던 '지터'라는 민속 악기에서 비롯되었으며, 1881년 독일계 미국인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금은 사냥꾼이 활을 가지고 다니면서 활의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낸 데서 유래된 현악기이다. 악기 중에서도 역사가 가장 길어 BC 3,000년경에 악기로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윗이 BC 1,000년경의 인물이므로 다윗 당시에는 이미 악기로서의 지위를 단단히 누리고 있었을 터이다. 

    <수금(豎琴), 제천세계기독교박물관 소장>

        아랫쪽 부분은 속이 비어 있으며, 공명통 역할을 한다.

다윗이 사울 앞에서 수금을 연주하는 그림을 본 사람은 그 수금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 그림의 핵심은 '다윗의 눈알'이지 수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윗은 악기를 연주하면서도 그의 시선을 사울의 창끝에서 뗄 수 없었다. 언제 사울의 창이 자기를 향해 날아올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다시 이 그림을 볼 기회가 있다면, 다윗이 안고 있는 수금에 시선을 멈추어 볼 필요가 있다. 

수금은 누가 뭐래도 다윗과 가장 관련이 깊다. 예루살렘 시온산에 있는 다윗의 가묘에서도 입구의 토라 커텐에서 수금이 수놓인 것을 볼 수 있고, 안쪽의 가묘 덮개에도 수금과 비파가 수놓인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다윗의 가묘 입구>

 

                        커텐에 수금이 수놓여 있다.

비파는 외형이 만돌린과 비슷하며 만돌린처럼 공명통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소리가 크게 나므로 찬양대에서는 여러 대의 수금과 한 대의 비파가 어울려야 밸런스가 잘 맞았다.  
비파의 기원은 페르시아의 바르바트(barbat)라는 악기가 이슬람시대(AD 3~7세기)에 아시아로 건너와 변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시에 동일한 바르바트가 유럽으로 건너 가서는 '류트'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류트, 바르세로나>

 

페르시아의 바르바트는 서양으로 건너 가 류트가  되었고, 동양으로 건너 와서는 비파가 되었다. 

다윗의 가묘 덮개에 수놓인 비파의 모습은 중국의 비파와 외형이 거의 동일하다. 유대인이 알고 있는 비파의 모습이 페르시아의 바르바트와 같은 뿌리라면, 바벨론 유수 이전에 이미 페르시아 문화가 팔레스타인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부문에 대해서는 학계의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