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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의별 이야기 2009. 8. 14.
현재 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 우주가 빅뱅이라는 이벤트를 통해서 137억 년 전에 생겨났고 팽창에 팽창을 거듭해서 오늘날 우주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 시간 동안 우주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인간은 또 언제 우주에 그 모습을 드러냈는지. 이런 궁금증은 이어지지만, ‘137억’이라는 큰 숫자 앞에서 지레 겁을 먹었던 적도 있을 것이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좀 더 쉬운 설명 방식을 찾아냈다.
우주의 시작을 1월 1일 0시, 현재 시점을 12월 31일 밤 12시라고 하자는 것이다. 즉, 우주의 역사 137억 년을 지구의 ‘1년’으로 축약해 보자는 것이다. 우주 달력 속의 사건들은 대략 이렇다. 우주가 탄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24일에 첫 번째 별과 은하가 등장한다. 태양계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9일에, 지구는 9월 14일에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지구에 첫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9월 30일 무렵이다. 지구생명체의 진화가 계속되어 인류가 등장한 것은 한해가 다 저물어가는 12월 31일 밤 10시30분이다. 수퍼스타 부처님과 예수님은 12월 31일 밤 11시 59분 55초와 56초에 차례로 태어난 우주 쌍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천문학의 태동은 자정을 불과 0.2초 남겨둔 시간 앞에 서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유구한 우주의 시간 역사 속에서 정말 찰나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구한 역사 속에서 생명의 끈이 이어져 왔으므로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몸은 우주의 역사를 머금은 우주의 증거인 셈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시구도 있지만 그런 걱정을 하기 전에 오늘 이 순간 만난 우연의 인연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광대한 우주, 그리고 무한한 시간, 이 속에서 같은 행성, 같은 시대를 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기뻐하면서’.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앤 드루얀에게 바치면서 쓴 글귀다. 더위에 지쳐가는 여름날, 그립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글귀를 담은 문자를 보내 보면 어떨까.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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