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과 추위, 파도와 멀미… 기름 떨어진 배에서 표류…
'다시는 낚시 안 간다' 맹세해도 또 '개고생' 하러 출전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이 한때 유행했다. 낚시 역시 '개고생'이다. 햇볕과 추위와 더위 같은 기후적 요인이 우선 낚시꾼을 괴롭힌다. 햇볕이 강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바르고 모자를 쓰고 얼굴 가리개를 해야만 한다. 한여름에는 땡볕에 노출되면서 바다의 반사광까지 흡수하기에 더위는 더 심해진다. 겨울에는 도시보다 적어도 체감 온도가 10도 이상 내려간다.
날씨가 좋으면 다행이건만 그게 낚시꾼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배는 심하게 요동치게 마련이다. 선천적으로 멀미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배가 꼴랑거리면 바로 멀미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동해나 제주 근해는 특히 너울 파도가 심해서, 배를 타면서부터 멀미를 시작해 온종일 멀미에 시달리는 사람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파도가 심하게 치면 뱃전으로 파도가 넘어와 온몸에 바닷물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지간한 방수복을 입어도 이런 날은 속옷과 양말까지 다 젖어 여름에도 추위에 벌벌 떤다. 겨울에 파도를 뒤집어쓰면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로 인해 낚시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러 조건이 맞아도 고기가 안 잡힐 때도 있다. 동풍이 불어서 혹은 수온이 낮아서 또는 물이 탁해서 등등 그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런 이유로 해서 거의 '꽝'을 치는 날도 다반사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스크루에 해상 부유물이 감겨 지체할 때도 있다.
한번은 서해 한 항구에서 4시간이나 배를 타고 나가 한바다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중 선장의 다급한 SOS 교신을 들었다. '배에 기름이 떨어졌다, 구조하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낚시꾼 20여 명은 처음에는 황당했고, 다음에는 불안해졌다. 마침내 엔진이 꺼지자 10톤 낚싯배는 망망대해 일엽편주로 표류하기 시작했다. 승선했던 20여 명 꾼 중 대부분은 '이번에 살아나면 다시는 낚시 안 다닌다'고 각각의 신에게 맹세했다. 다행히 두 시간쯤 후에 1000t급 해경선이 태극기 휘날리며 위풍당당하게 파도를 가르며 나타났다.
그때 한배를 탔던 꾼 중 몇 명은 10여 년이 지났지만 신을 배반하고 여전히 함께 낚시하러 다닌다. 숱한 전투에서 상처를 입었건만 용감한 역전의 용사처럼 낚시 갈 때는 한결같은 설렘으로 바다로 출전한다.
'새벽 1시 경부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요'라고 일행과 카풀을 위한 통신을 하고, 퇴근 후 낚시 준비에 들어간다. 낚싯대와 릴 등 장비를 점검하고, 채비를 준비한다. 미리 바늘을 묶고 오징어와 같은 미끼를 썬다. 두어 시간 눈을 붙이면 좋으련만 첫 미팅에 나가는 대학 신입생처럼 마음이 설레어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럴 때는 슬그머니 욕실로 들어가 숫돌에 칼을 갈기 시작한다. 고기
를 손질하고 회를 장만할 칼이다. 시퍼렇게 날을 세워 종이를 잘라보고는 혼자서 만족한 미소를 쓱 짓는다. 한밤중 거실로 들어서는 남편의 손에 들린 시퍼런 칼을 보고 놀라면, 그건 초보 낚시꾼의 아내다.
낚시가 끝나고 귀경하는 차 안에서 그날 조황이 '쪽박'이건 '대박'이건 간에, 꾼들은 또 '개고생'을 모의한다.
"다음 물때는 열기가 좋겠지? 볼락도 괜찮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8/20200228000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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