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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 샤워실의 쥐와 참새

[161] 샤워실의 쥐와 참새

 

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0.08.08 03:12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에서 쥐 떼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결국 쥐 박멸을 목표로 쥐 꼬리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포상금이 늘어도 도무지 쥐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꼬리만 자르고 사람들이 풀어주는 쥐가 문제였다. 쥐가 번식하면 더 많은 쥐 꼬리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쥐 꼬리만 자르고 풀어주는 일을 반복했던 것이다. 결국 포상금 제도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한 소년이 새총으로 목표를 겨냥하는 중국의 선전 포스터가 있다. 그 유명한 참새 타도 포스터다. 1950년대 후반 마오쩌둥은 곡식을 쪼아 먹어 인민의 식량을 약탈하는 참새를 박멸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모든 인민이 대거 참여한 참새 소탕 작전으로 한 해 2억 마리의 참새가 사라진다. 하지만 기다리던 풍년은 오지 않았다. 천적인 참새가 사라진 자리에 메뚜기와 해충이 창궐했기 때문이다. 결국 1958년부터 3년간 3000만명의 중국 사람이 굶어 죽는다. 소련에서 급히 참새 20만 마리를 수입했지만, 때를 놓친 것이다.

샤워기의 적정 온도를 설정하기까지는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리지 못하고 손잡이를 좌우로 힘껏 돌리면 너무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반복적으로 나와 원하는 온도로 샤워를 할 수 없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섣부른 정책으로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현상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표현했다.

카페에서 일하다 듣게 되는 말 중, 최근에는 부동산 정책 얘기가 압도적이다. 누구 집값이 몇 억 뛰었다는 소리와 함께 이번 생은 망했다는 소리 도 자주 듣는다. 자본주의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중학생 때 배웠다. 문제는 대안으로 나오는 관련 정책이 '너무 잘 보이는 손'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 '위에는 정책이 있고,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다. 부동산 정책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쏟아지고 있다. 부디 이번이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8/202008080003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