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백과에서 발췌>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중세 기사문학을 토대로 하여 사랑과 의무 사이의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한틀룽(Handlung, 드라마)’이라는 부제와 함께 발표되었다. 바그너가 오페라라는 이름을 버린 첫 작품인 셈이다. 이 작품은 또한 바바리아의 루트비히 2세가 바그너를 지원하면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품이 초연된 후 바그너는 세계적인 음악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질 수 있었고, 평생 염원해 온 음악극의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초연이 이루어지기까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심지어 이 작품은 너무 어려워서 공연될 수 없는 작품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루트비히 2세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초연이 이루어진 후로, 이 작품은 바그너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은 작품이 되었으며 수많은 명반들을 낳았다.
트리스탄 전설과 마틸데 베젠동크와의 사랑
〈트리스탄과 이졸데〉에는 바그너와 마틸데 베젠동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1849년, 5월 혁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체포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바그너는 아내 민나를 남겨두고 드레스덴을 떠나 취리히로 피신하였다. 힘겨운 시절을 보내던 중 부유한 상인 오토 베젠동크를 만나게 되어, 1852년부터는 그가 제공한 별장에 머물면서 작곡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베젠동크 부부와 가깝게 지내면서 바그너와 마틸데 베젠동크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고, 자신의 후원자의 아내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 바그너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트리스탄의 전설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당시 바그너는 〈지크프리트〉를 작곡하던 중이었지만, 트리스탄 전설에 대한 매력을 떨쳐낼 수 없었다. 결국 바그너는 〈지크프리트〉 작업을 중단하고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작업에 몰두하였다. 1857년, 바그너는 마틸데가 쓴 5개의 시에 노래를 붙인 《베젠동크 가곡집》을 작곡했다. 바그너가 다른 사람의 시를 가사로 한 대단히 예외적인 작품인 것이다. 바그너는 이 가곡집을 ‘트리스탄을 위한 습작’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제로 이 중 두 개의 가곡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2막의 모티브와 3막 전주곡의 모티브가 사용되었다.
이처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마틸데와의 사랑으로 인해 바그너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1857년의 어느 저녁, 바그너는 베젠동크 부부와 아내 민나, 그리고 훗날 자신의 아내가 되는 코지마와 한스 폰 뷜로 부부 앞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한 소절을 낭독한다. 이미 바그너와 마틸데의 불륜을 눈치채고 있었던 민나와 오토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또한 이 날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코지마는 몇 년 뒤 바그너와 연인 관계가 된다. 운명의 짓궂은 장난의 희생물이 된 한스 폰 뷜로는, 1865년 아내의 불륜을 알면서도 바그너와 자신의 아내를 만나게 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초연을 지휘해야 했다.
급기야 이듬해 1858년, 위태로운 삼각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민나는 바그너가 마틸데에게 보낸 악보를 가로채어 두 사람을 고발하겠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오토 베젠동크는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로 떠나버리고, 바그너는 민나의 심장병을 핑계로 그녀를 온천으로 보내버린다. 바그너 자신도 모든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베니스와 루체른으로 떠난 후에야 드디어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줄거리>
1막
콘월의 왕 마르케의 조카 트리스탄이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를 마르케 왕의 신부로 데려간다. 이졸데가 시녀 브랑게네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며 과거의 사건들을 회상한다. 트리스탄이 자신의 약혼자 모롤트를 죽였으나 그 과정에서 상처입은 트리스탄을 간호하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졸데는 사랑하는 트리스탄이 자신을 마르케 왕의 신부로 데려가려는 것에 분노하여 그와 함께 독이 든 술을 마시고 죽으려고 결심하고 브랑게네에게 독약을 가져올 것을 명한다. 그러나 브랑게네는 독약을 사랑의 미약으로 바꿔버리고, 이 약을 먹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더욱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2막
콘월에 도착하여 마르케 왕과 결혼하여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이졸데는, 마르케 왕이 밤 사냥을 떠난 틈을 타 트리스탄과 밀회한다. 두 연인은 덧없는 의무와 명예를 저주하며 영원한 밤과 죽음을 찬미하는 2중창을 노래한다. 이때 트리스탄의 부하 쿠르베날이 달려와 함정이라고 외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관계를 눈치챈 마르케의 신하 멜로트가 두 사람의 밀회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밤사냥을 기획했던 것이다. 마르케 왕은 가장 믿었던 트리스탄의 배신에 비통해 하고, 트리스탄은 멜로트의 칼에 쓰러진다.
3막
쿠르베날은 상처 입은 트리스탄을 고향 브르타뉴로 데려와 치료한다. 이졸데에 대한 그리움에 괴로워하던 트리스탄은, 그녀만이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다고 쿠르베날에게 간청한다. 쿠르베날의 전갈을 받은 이졸데가 마침내 브르타뉴에 도착했지만, 그 순간 트리스탄은 숨을 거둔다. 뒤이어 마르케 왕이 부하들과 함께 브르타뉴로 오지만, 쿠르베날은 왕의 부하들과 전투를 벌이고 트리스탄을 밀고한 멜로트를 죽인 뒤 숨을 거둔다. 두 연인을 용서해주려 했던 마르케 왕은 이러한 참극에 말을 잃는다.
한편, 트리스탄의 죽음을 보고 정신을 잃은 이졸데는 브랑게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지만, 트리스탄의 마지막 미소를 바라보며 죽음을 결심한다. 이졸데는 마지막으로 ‘사랑의 죽음’을 부르면서 독약을 마시고 트리스탄을 따라 죽음을 택한다.
Tristan und Isolde Prelude(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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