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고 자료/기타 영상

201007 트리스탄과 이졸데 ②

<다음 백과에서 발췌>

 

바그너의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광기와 진실한 사랑의 본질, 그리고 그것들이 나타나는 모습에 대해 살펴보자.

그의 창작 과정을 통틀어 절정기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 작품 속에서 바그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두 남녀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유토피아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통제되지 않은 감정으로 충만하고,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사랑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바그너는 ‘가장 고귀한 묘약’인 사랑의 묘약이라는 상상의 처방술을 도입한다. 어쩌면 이 묘약이야말로 낭만주의적 최고의 발명품이 아닐까. 인간의 이성과 감정은 오로지 이 약에 의해서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단계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묘약을 마시기 전과 마시고 난 이후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사랑만을 위한 묘약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바그너는 어떤 상황을 정상적인 일상으로 설정했고, 또 어떤 상황을 비정상적인 광기, 즉 미친 짓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등이 이 작품을 대하는 관객과 독자의 주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사랑에 의한 두 사람의 결합이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지니는 의미는 자못 작지 않다. 이 작품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익숙하다고 생각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동경하는 이유와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또 그것은 어째서 광기에 의해서만 구현되는 것일까, 바그너는 이 작품을 통해 과연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사랑의 묘약에 의해 구현되는 광기, 즉 미친 사랑은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사랑, 이것은 혹시 낭만적인 환상은 아닐까······.

 

특히 바그너의 추종자였던 니체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통해 디오니소스적 마법에 의한 현상계의 한계에 대한 부정과 형이상학적 추구가 엿보인다고 고백하기까지 했다. 개별자로 남아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근원적인 합일을 꿈꾸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어쩌면 피해 갈 수 없는 비극적 결말을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역사적, 시대적인 배경은 켈트족 전설과 관련한 중세 초기 섬나라 영국이다. 과거 이 나라는 아일랜드, 콘월, 스코틀랜드, 웰스라는 4개의 공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특히 콘월에는 전설적인 인물 아더 왕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가 아니라 마르케(Marke)라는 왕이 등장한다. 그에게는 트리스탄(Tristan)이란 조카가 있었는데, 마르케 왕은 그를 높이 평가하여 콘월의 최고 군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전설은 아일랜드와 콘월 사이의 정치적 갈등이 핵심 줄기이다. 아일랜드는 콘월에게 조공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 콘월은 이에 불복하고 트리스탄을 사령관으로 군대를 파견하게 된다. 전쟁은 트리스탄과 아일랜드의 장수 모롤트(Morold) 사이의 결투로 결정된다. 모롤트는 결투에서 패하고 목숨을 잃게 된다. 조공을 수령하기 위해 온 적군 장수의 목을 베어 아일랜드로 되돌려 보내지만 트리스탄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일단 적지에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일랜드에는 마법의 힘을 다룰 줄 아는 이졸데(Isolde)라는 공주가 있었는데, 그녀는 또한 유능한 여성 외과의사이기도 했다. 그녀는 ‘사경을 헤매며 누워 있는 이 병든 남자’를 치료해 주게 된다. 트리스탄은 적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위험 때문에 탄트리스(Tantris)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자신의 신분을 속인다.

하지만 이졸데는 치료를 하다가 트리스탄의 옆에 놓인 그의 칼을 발견한다. 결투에 의해 상당 부분 떨어져나간 부분에 애인 모롤트의 머리에서 뽑아낸 칼 조각을 대어 본다. 서로 일치함을 확인한 이졸데는 자신이 치료 중인 그가 바로 약혼자 모롤트를 죽인 자임을 확신하지만 복수를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고통 때문에 일그러진 얼굴로 자기 앞에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있는 가엾은 환자의 모습에서 동정심을 느꼈고, 또한 그의 뜨겁게 빛나는 눈을 바라보며 일종의 묘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트리스탄은 빠르게 회복되어 승리를 거둔 자기 군대와 백부이자 국왕인 마르케가 있는 콘월로 돌아간다. 마르케 왕은 아내도 자식도 없이 매우 외롭게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고문관들은 그에게 정복에 성공한 아일랜드의 공주와 결혼할 것을 조언했다. 왕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청혼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다시 조카 트리스탄을 아일랜드로 보낸다. 이졸데는 자기 앞에 선 그 남자가 과거 자신이 치료해 주었던 바로 그 탄트리스라는 것을 알게 된다.

트리스탄은 수많은 증인들 앞에서 형식적인 예의를 갖추고, 마르케 왕의 청혼 사실을 전한다. 이졸데는 패전국의 공주로서 이 청혼을 거부할 힘이 없었다. 결국 이졸데는 수치심과 굴욕을 견뎌 가며 트리스탄이 이끄는 배를 타고 콘월로 향하게 된다.

 

신부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천막 속에서 이졸데는 시중을 들고 있는 브란게네(Brangäne)라는 시녀에게 자신의 비극적 운명과 감당하기 힘든 고통스런 굴욕감을 토로한다. 브란게네는 자살을 하려는 이졸데에게 독약 대신 그녀의 어머니가 만들어 준 사랑의 묘약(Liebestrank)을 건네준다. 이 약은 원래 마르케 왕과 결혼한 이후에 마실 것을 주문했던 것이지만 결국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마시게 된다. 이렇게 하여 둘 사이의 금지된 사랑이 시작되었고, 멈출 수 없는 열정으로 치닫는 이들 관계가 왕에게 발각됨으로써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한다.

그런데 바그너는 이러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 현실 세계에서 자신이 겪은 체험을 겹쳐 놓으면서 새로운 음악극을 탄생시킨다. 1849년 초 드레스덴의 5월 폭동에 적극 가담했던 바그너는 가짜 여권을 가지고 탈출하여 스위스를 거쳐 파리에 잠시 머물렀다가 취리히에서 망명생활을 한다. 1854년 바그너는 친구 게오르크 헤르베흐(Georg Herwegh)의 추천으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게 되었고, 같은 해에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작품 구상이 시작되었으며, 1856년부터 1859년 사이에 집필한다. 초연은 1865년 6월 10일 뮌헨의 궁정극장에서 이루어진다.

1852년 취리히 망명 시절, 바그너는 비단 장사를 하며 부를 얻은 친구 오토 베젠동크(Otto Wesendonck)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의 아내 마틸데 베젠동크(Mathilde Wesendonck, 1828~1902)라는 여인을 알게 된다. 결혼한 부인에 대한 바그너의 감정은 광적인 우정으로 발전해 갔고, 1857년부터 1858년 사이에는 『베젠동크 노래(Wesendonck-Lieder)』라는 시를 집필하기도 했다.

훗날 바그너는 엘리자 빌레라는 여인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에서 마틸데를 향한 자신의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고백한 바 있다.

그녀는 나의 첫 번째, 그리고 유일한 사랑이고 또 그럴 것입니다.

 

게다가 1854년 12월에 작성한 프란츠 리스트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살아가면서 사랑의 원래의 행복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해서 모든 꿈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 꿈에게 기념비를 세우고자 한다”며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구상하게 된 자신의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1858년 이들의 밀애는 절정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마틸데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을 읽고 남편의 외도를 눈치챈 아내 민나 바그너(Minna Wagner)는 남편을 질책했고, 마틸데와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된다. 아내는 결별을 선언하고 그의 곁을 떠난다. 또한 마틸데의 남편 오토도 이 사실을 알고 더 이상 바그너가 접근을 못하도록 했다. 바그너는 마틸데와 함께 도망칠 생각도 했으나 거절당한다. 마틸데가 거절한 이유는 자신이 “가정을 버리는 것은 ‘성물 절취’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민나는 드레스덴으로 떠나고 바그너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이런 만남과 이별이 야기한 감정의 혼란 속에서 바그너는 베니스에 당도했고, 그곳에서 감정을 추슬러, 마치 질풍노도기를 극복하고 고전주의로 넘어가는 괴테처럼 자신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그것이 바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이고, 특히 베니스에서 작곡한 것은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제2막이다. 이것은 ‘비현실적’이지만 낭만적인 비전으로 채워져 있고, 열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충만해 있다. 바로 이러한 경향 때문에 이 음악극은 장르상 감정드라마로 불리기도 한다.

이별이 남겨 놓은 개인적인 슬픈 감정과 깊은 상처는 바그너의 작품 속에서 무엇보다도 인물 트리스탄 속에 스며 있다. 특히 트리스탄은 비극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인물의 이름까지도 ‘슬픈(traurig)’이란 뜻을 가진 프랑스어 ‘triste’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졸데란 이름에서도 왠지 비극적인 고립 상태에 빠진 처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격리나 고립을 뜻하는 ‘Isolation’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슬픈 남자와 결혼과 사랑 사이에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여자의 고립된 상황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전설 이야기로 틀을 갖추게 된다.

 

'참고 자료 > 기타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1106 Helper's High  (0) 2021.11.06
210804 감사해요  (0) 2021.08.05
201007 트리스탄과 이졸데 ①  (0) 2020.10.07
200828 fireworks  (0) 2020.08.28
200822 돌핀  (0) 2020.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