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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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종교학과 계약교수 김영경
9.11 테러 참사로 이슬람이 시험대에 올랐다.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원리주의자들 때문이다. 그리스도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헬레니즘과 더불어현대 서구문명의 사상적 원천이며, 오늘의 미국이 있게 한 종교이기 때문이다.
* 역사적 신학적 공통점
이슬람은 그리스도교와 가장 많은 믿음을 공유한 종교이다. 두 종교가 공유하는 역사적 뿌리는 아브라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 자그마한 무리를 이끌고 중동 지방을 떠돌던 아브라함은 팔순이 넘도록 후사가 없었다. 그의 부인 사라는 궁여지책으로 몸종 하갈로 하여금 남편의 씨를 받게 했다. 아브라함은 86세에 이집트 여인 하갈의 몸에서 아들을 얻게 되었고,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였다.
그로부터 14년 후, 100세가 되던 해에 아브라함은 사라로부터 아들 이삭을 얻었다. 사라는 이스마엘과 그의 어미를 내쫓으라고 아브라함을 졸랐다. 아브라함은 하갈 모자에게 약간의 양식과 식수를 주어 무리를 떠나도록 했다.
예수가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성서를 들쳐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아브라함의 첫 번째 아들 이스마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무함마드는 아라비아 반도 북부에 퍼져 살던 무다르係 부족 출신으로서, 무슬림들은 무다르 부족이 이스마엘의 후예라고 믿고 있다. 두 종교가 공유한 믿음의 목록은 아브라함뿐 아니라 인류의 조상 아담, 그리고 그를 창조한 유일신 하나님에게까지 소급된다. 이 외에도 무슬림들은 성모 마리아의 동정녀 수태, 최후의 날에 있을 부활과 심판, 천국과 지옥, 천사와 악마 등에 대한 믿음을 그리스도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 갈등의 배경
그러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사이의 관계는 반목과 갈등의 역사로 점철되었다. 그 1차적 원인은 신학적 이견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의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설을 코란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무슬람들에게 “한분이신 하나님안에 성부,성자,성령 3위가 계시다.”는 교리는 어떠한 단서나 설명을 붙여도 하나님의 유일성에 위배되는 가르침이다. 그들은 또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교리를 부정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동정녀 수태, 치유의 능력 등 갖가지 이적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는 아브라함이나 모세, 무함마드와 같은 ‘하나님의 예언자’일 뿐이다. 이슬람의 시각에서 봤을 때, 그리스도교인들은 예수를 통해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과 役事를 오해 내지 곡해했다. 그리고 잘못된 교리를 믿는 것은 하나님의 예언자를 신격화하고 교회의 성직자나 신학자들의 견해를 절대화하는 일종의 우상숭배 행위이다.
그리스도교가 이슬람을 인정할 수 없었던 보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유대교가 그리스도교의 출현으로 그리됐듯이 그리스도교는 이슬람의 출현으로 빛을 잃게 되었으며, 하나님의 구원의 役事에 있어서 그 주역은 이슬람에게 주어졌다는 이슬람의 교리가 그것이다.
*이슬람의 그리스도교관
코란은 강제적인 개종을 엄격히 금하고 있으며 무함마드의 언행을 담은 책 하디스에서도 이슬람의 창시자는 ‘성서의 백성’ 즉 유대인과 그리스도인을 박해하지 말라는 말을 누차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나는 하나님께서 (그대들에게) 내려보내신 성서를 믿습니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그대들을 정의롭게 대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들의 주이며 (동시에) 그대들의 주님이십니다.” (코란42, 15)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이슬람 세계에 거주하는 유대인과 그리스도교인들은 ‘아흘 알키탑’ 즉, 하나님이 계시한 성서를 지닌 백성으로서 종교적 자율권과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
* 그리스드교의 이슬람관 변화
비록 한참 뒤늦은 감은 있으나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리스도교 세계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반목과 갈등의 장막이 걷히기 시작했다. 종교적인 냉전 분위기를 종식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가톨릭 교회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였다. 이어 개신교와 동방정교회측에서도 1968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웁살라 대회를 시작으로 무슬림들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바티칸 공의회가 채택한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중 이슬람에 관한 내용은 이정표적인 역할을 한 문서라고 할 수 있다. “교회는 또한 무슬림들을 존경하고 있다”라는 말로 시작한 이 선언은 두 종교가 공유하고 있는 믿음을 확인하면서 사회 정의와 윤리적 선을 촉진시키는데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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