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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學 小考

220302 푸틴의 정신 건강

[만물상] 푸틴의 정신 건강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03.02 03:18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탄탈로스는 제우스의 아들이자 리디아 왕이다. 신의 혈통과 세속의 권력을 함께 가졌다는 자신감이 지나쳐 오만(傲慢)해졌다. 신의 능력을 시험하겠다며 자기 아들을 죽여 짐승 고기라 속이고 신들의 식탁에 올렸다가 파멸한다. 탄탈로스가 저지른 죄를 신화에선 휴브리스(hubris·오만)라 한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간 본성의 약점인 휴브리스를 권력의 의미로 재해석했다.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소수가 성공으로 인해 교만해져 남의 말에 귀 막고 독단에 빠져 판단력을 잃는 상태’라고 했다. 심리학에선 아랫사람을 자기 뜻대로 부리는 데 익숙해진 권력자는 신이 된 것 같은 전능감을 맛본다고 설명한다.

 

▶역사상 수많은 권력자가 휴브리스의 덫에 걸렸다.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는 부하가 자기 말에 토 다는 것을 참지 못했다. 술자리에서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생사고락을 함께한 장군조차 창으로 찔러 죽였다. 로마 황제 칼리굴라는 스스로 제우스 신이라 믿었다. 로마 곳곳에 자신을 기리는 신전을 짓고 동상을 세웠다가 근위대 손에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푸틴이 ‘휴브리스 증후군’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절제되지 않는 분노, 독단적 의사결정, 과대망상 등 휴브리스 증후군으로 의심할 만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TV 등장한 푸틴은 냉정함을 잃고 화를 냈다. 자신이 모든 러시아어 사용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21세기 차르’라는 과대 망상증에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푸틴의 불안한 정신 상태에 대한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하자 미 국방부는 푸틴이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병을 앓으면 타인의 표정이나 몸짓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독재자는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 상태에 쉽게 빠지는데, 푸틴도 우크라이나를 단숨에 굴복시키지 못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긴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판단력 흐려지고 쉽게 흥분하는 푸틴 손에 핵가방이 들려 있는 상황에 백악관이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오만의 죄를 범한 탄탈로스는 원하는 것을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타르타로스 연못에 갇혔다. 과일을 먹으려고 손을 위로 올리면 나뭇가지가 위로 올라가고 물을 마시려 몸을 숙이면 수위가 낮아졌다.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푸틴의 모습이 바로 그 꼴이다. 그가 침략의 광란극을 계속할수록 타르타로스 연못에 더욱 깊숙히 빠져들어 끝내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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