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독)
2022. 6. 24.
'다른 길'이 새로운 희망이 되길?
저 역시 PK로 태어나 신학교에 진학했는데, 돌이켜 보면 직업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동기, 선후배가 최소한 학교 다니면서 새로운 직업에 대한 걱정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학교에 온 것이 소명이든 아니든, 워낙 '구별된' 일을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하는 것은 '비성경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무의식 속에 어떤 생각이 자리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또래들이 극심하게 겪었던 취업난, 구직 스트레스 같은 걸 신학교 4년간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목회를 안 하면 무슨 일을 하고 살까?'
다른 길로 간 신학생들을 만나는 건 색다르고 흥미로운 시도였습니다. 개인적인 경험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신학생 10명을 만났습니다.
직업이 다양했습니다. 경찰?, 자영업자?, 개발자???, 카페 사장☕️, 축구교실 코치⚽️, 사진작가?… 이들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신학생이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택해 떠났습니다. 신학교 다닐 때는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생계를 꾸려야 하지만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전도사, 담임목사·부교역자의 권위에 복종해야 하는 문화, 그들의 잘못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 능력보다는 핏줄과 연줄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구조….
신학생들은 하나같이 신앙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던 이들이었지만, 스스로 그 구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삯꾼 목사'가 될까 봐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이는 목회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이웃을 섬기는 게 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많은 신학생이 다른 길을 선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회'만이 각자의 유일한 소명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길을 택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됐다거나 틀렸다는 인식은 버렸으면 합니다.?
'어영부영'이라는 단어도 기억에 남습니다. 신학생들은 "어영부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늦기 전에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고민만 하지 말고, 정말 신학의 길이 아니다 싶으면 빨리 결단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신학교 = 목회'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신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부디 '다른 길로 간 신학생들'의 이야기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편집국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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