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독재자에 아부말고 들고 일어나야"
입력 : 2009.06.12 03:02 / 수정 : 2009.06.12 09:44
6·15 기념강연서 "전생에 노(盧)와 나는 형제…
오늘날 북(北)이 많은 억울함 당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11일 현 정부를 거듭 독재정권으로 규정하면서 국민들에게 행동을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 강연에서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지 말자.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빈부 격차가 사상 최악으로 심해졌다"면서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이 돼 자유·서민경제·남북관계를 지키는 데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피 맺힌 심정으로 말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라고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성공시켰다"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대통령이 있었지만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했다"고 했다. 그는 "선거 때는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말고 바른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 때도 바른 조사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만일 현재와 같은 길을 간다면 국민도 정부도 모두 불행할 것이라는 걸 확신한다. 이 대통령의 결단을 바란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질감을 강조하면서, "둘 다 상고를 다녔고, 돈이 없어 대학을 못 갔다. 난 이승만 정권, 노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에 분개해 본업을 버리고 정치에 들어갔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가만히 보니 전생에 노 전 대통령과 내가 형제가 아니었나 한다"고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고초를 겪을 때 문상객의 10분의 1인 50만명만이라도 '전직 대통령에 대해 확실한 증거 없이 정신적 타격을 주고 수치를 줄 수 없다'고 했으면 노 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겐 "오늘날 북한이 많은 억울함을 당하는 것을 안다. 오바마 정부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 심지어 쿠바에까지 손을 내밀면서 북한에 한마디 안 하는 게 참기 어려운 모욕이고, 또 속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극단적인 핵개발까지 끌고 간 것은 절대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시위대의 '불법 불감증'
조백건기자
입력 : 2009.06.12 03:08
10일 오후 7시30분, 서울광장에서 정치인과 좌파 시민단체 인사 등 수만명(경찰 추산 2만2000여명, 주최측 추산 15만명)이 모인 가운데 '6·10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의 시국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참가자 3000여명이 광장 밖으로 뛰쳐나와 왕복 14차선인 태평로 차도를 점거했다. 행사 시작 7분 만이었다.
서울시의회 앞에서 대한문을 지나 한화빌딩 앞까지 300여m 구간은 순식간에 '유원지'로 변했다. 시위대는 차도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햄버거와 컵라면을 먹고 소주병과 캔맥주를 땄다. 광화문 일대 대형 전광판으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축구 경기를 보며 "슛!"을 외치는가 하면, 기타를 치며 '아침이슬'을 부르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강강술래, 이명박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도로 한복판에 설치된, 조명이 달린 간이 스튜디오 의자에 앉아 한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차도 점거쯤은 아무것도 아닌 듯했다. '집회는 으레 이렇게 한다'는 투였다. 마치 '불법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 같았다. 그 시각 태평로를 지나려던 운전자들은 버스와 승용차를 돌리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오후 10시15분쯤 대회가 끝나자 광장에 있던 인파 일부가 태평로 군중에 합세했다. 도로에 빨간색 락커로 "이명박 급살 맞아 죽어라" "씨X" 같은 문구를 쓰기도 했다. 1시간쯤 뒤 경찰이 해산을 시작했다. "인도로 올라가라"는 경찰을 향해 시위대는 PVC 막대를 휘두르며 "무고한 시민을 폭력경찰이 괴롭힌다"고 악을 썼다.
도로에 소주병을 깨기도 했다. 서울시와 경찰은 이번 집회가 불법 시위로 번질 위험이 있다며 광장 진입을 허가하지 않으려 했다. 주최측은 "이명박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집회를 강행했다. 그러나 자유에 따르는 '법의 테두리'는 괘념치 않은 것 같다.
이날 집회는 '예상'보다는 조용히 끝났다. 그래도 불법으로 얼룩진 집회였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광장을 막으려는 서울시와 경찰의 우려가 기우만이 아니었음을 시위대 스스로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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