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두위봉 등반 버스안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건이라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웠다.
이제는 서로가 껴안아야 할 때이다.
내 뜻과 다르다고 배척하고 돌을 던진다면 그 또한 고인의 뜻과는 다를 것이다.
이러한 때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는 북한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며 협력해야 할 때이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는 하지만, 당연히 삶에 대한 평가가 있음을 아는 기독인으로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에 대한 위로와 배려가 없었음을 주께 회개한다.
[시론] 그가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란 사람으로서…
입력 : 2009.05.24 23:28
일본 시각으로 23일 오전 11시경에 뉴스 속보로 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소식에 하루 종일 멍한 기분입니다. 허탈한 심정과 유가족에 대한 애도로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마치 고인께 돌이라도 던진 듯한 죄책감과 그분에 대한 실망감이 혼란스레 교차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분께서 진정으로 억울했다면 누구보다 끝까지 오래 살아남아 전직 원수로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말 승리하는 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그분을 지지한 적도 없지만 그다지 싫어한 적도 없습니다. 지지하지 않은 이유는 정치적인 포퓰리즘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고 싫어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인간적인 맷집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대통령 당선은 정책 내용보다는 선거 유세의 상황몰이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총선 직전에 발생한 효순·미선양의 두 죽음이 반미 감정으로 폭발되면서 미국 한번 가보지 않았다는 그의 신토불이적 우직함이 오히려 국민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임 이후 먹물깨나 먹었다는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언사를 세련된 그들만의 고상함으로 비아냥거릴 때면 본의 아니게 도마 위에 올라가 있는 그의 처지가 안쓰러웠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런 식으로 표현했는지?'의 안타까움과 '제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기를' 바라는 조마조마한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 불안감을 자질이 아니라 단지 체질화된 습관의 문제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도마 위에서건 복부에 펀치를 강타당하건 간에 쓰러져도 일어나고 또다시 일어나는 놀라운 맷집의 소유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잡초같이 질긴 그의 성정에서 국민은 물가에 아이를 세워놓은 듯한 아슬아슬함, 방어해주고 싶은 본능, 그리고 꼭 짚어서 표현하기 어려운 불소통의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신뢰와 기대로 뽑은 전직 국가원수의 뇌물수수 의혹에 국민은 상심했습니다. 정치뇌물도 아니고 퇴임 후 생계보장용이라는 부패의 성격은 묘한 동정심과 함께 국민의 자존심도 같이 상하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던 검찰수사가 법 이외의 요소들로 왜곡될 여지 또한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분열과 상호불신 때문입니다. 누가 왜 무엇을 어떤 이유로 억울한지의 객관적 정황까지도 여러 가지 색깔로 굴절된 채 우리 생각의 망막에 도착했습니다.
그분을 지지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고인이 된 우리의 국가원수와 유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길 바랍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이 한표 한표로 뽑은 나라의 지도자였고 한 여성의 반려자였고 두 자녀의 아버지였습니다. 이런 배려가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입니다.
문화혁명을 일으킨 4인방을 처형시킨 중국의 개혁주자 덩샤오핑은 중국 인민들이 존경했던 마오쩌둥의 '인간적인' 결함과 실정을 들춰내지 않았습니다. 마오쩌둥을 바닥으로 끌어내림은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길바닥에 던지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지도자와 함께 국민은 같이 쓰러지기도 하고 또다시 일어나기도 합니다.
치열하게 싸울 사안은 싸우고 협조할 사안은 협조하는 똑똑한 민주주의를 보고 싶습니다. 그 시작은 미움과 성토와 분열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처음처럼 돌아가 진심으로 같이 고민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고인께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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