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 교황님 이게 뭡니까- (8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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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신교 집안에 태어나 한평생 개신교 신자로 이날까지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가톨릭이나 교황청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습니다. 다만 서양 역사를 공부해 온 역사학도로서 가톨릭과 개신교가 갈라서게 된 경위에 대하여는 알만큼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가톨릭은 오늘도 10억 신도를 거느리고 있고 교황청의 조직은 지금도 세계적인 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황의 권력은 영적‧정신적 방면에서는 물론, 정치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도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전에 교황 베네딕토 7세가 영국여왕 엘리자베스의 대영제국을 방문했을 때 여왕이 친히 교황을 영접하는 엄숙한 예식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가 웨스트민스터 애비를 찾아가 영국국교회의 머리인 캔터베리의 대주교를 만나서 함께 가진 예배의식도 장엄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새 교황청이 겪는 시련은 다른 어떤 시련보다도 치명적입니다. 아름답던 꽃에 똥이 묻으면 똥 묻은 꽃잎을 뜯어낸다 하여도 그 꽃의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는 없습니다. 송편에 똥이 묻으면 그 부분만 떼어버려도 먹을 수는 없다는 이치와 같습니다. 사제들의 오랜 섹스‧스캔들, 이것이 이제는 고질처럼 되어, 세계 각처에서 소송이 제기되고, 교회에 바친 신도들의 헌금만 가지고는 배상금을 다 지불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시스틴 채플에 레오 10세 때부터 사들인 명화‧명품들을 매각하게 되는 겁니까. 도대체 이게 뭡니까. 교황은 연세가 80이 넘었으니, 그리고 경건한 사제들에게는 능히 억제할 수 있는 성적 충동이겠지만, 대부분의 젊은 사제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계속 사제들의 독신 원칙을 고수하신다면, ‘성추문’은 앞으로도 꼬리를 물고 일어날 것입니다. 일단 그런 사실이 만천하에 들어나면, 그것이 경고가 되기보다는 ‘나도’라는 심리적 자극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가시나무 새’의 비극은 되풀이되기가 쉽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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