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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생각하는 百姓이라야 산다


함석헌                                                                               000 


 어머니 大韓民國이시여! 당신의 至極히 작은 아들의 하나요, 당신의 노한 채찍 끝에 문드러 떨어지다 마는 이 한 덩어리 피는 울음으로 당신 발을 붙들고 구름 속에 숨은 달처럼 사납게 물결치는 感情의 밑에도 오히려 잠겨 있는, 거룩하고 밝고 올바르고 크신 당신의 어진 마음에 호소합니다.

 어머니 大韓民國이시여! 영원의 흰관(白頭) 머리에 쓰시고, 거룩한 향 가슴에 차시며 만이천 가라트 금강 손에 끼시고, 새나라 주추 큰돌(漢拏) 발에 밟고 서시어 삼천폭 치마안에 삼천만 씨을 품으시며 오천년 긴 歷史의 밤 펄럭거리는 등잔을 지켜 밝는 날의 임을 맞이하자는 한밝음(太白)의 女王이시여!

 당신이 어찌하여 그 높으심 크심을 잊고 작은 말을 다투시고 의심을 품어 싸우려 하시나이까? 말씀의 큰 길을 막으려나이까? 당신은 환웅의 얼을 잊으셨나이까? 온달의 어짐을 잃으셨나이까? 검도령의 날쌤을 버리셨나이까? 처용의 착함을 떨어치셨나이까?

 어머니 大韓民國이시여!

고난의 女王이시여! 당신을 가난하단다고 업신여김 받은 듯 보이십니까? 天池의 거울을 들여다 보십시오. 당신 얼굴에 때가 묻지 않았나? 허리를 만져 보십시오. 옷이 벗겨지지 않았나? 치마를 보십시오. 얼룩이 가지 않았나? 바구니를 보십시오. 꽃은 다 없어지고 비지 않았나? 팔 다리를 보십시오. 온통 상처 아닌가? 당신이 줄곧 촛불이 꺼진 동안 당신은 도둑 맞고 짓밟힘을 당한 것입니다.

 당신이 이제 임이 오신다는 외침에 부시시 일어났던들 그 面目에 무엇으로 새 날의 임을 맞이할 것입니까? 어머니를 보고 거지됐다 함이 어찌 좋아서 하는 모욕이겠습니까? 날이 밝아 오는데 잠을 아직 못깨시고 準備는 아니 되었으니 안타까와 하는 말 아니겠습니까?

 어머니!

 무엇을 못해도 이 불쌍한 씨들을 한데 안으시고 한데 어울리게 하여 통곡이라도 하게 하셔!

 고려 사백년에 울려다 못 운 울음. 이조 오백년에 울려다 못 운 울음. 해방은 됐다는데 또 울지도 못해요?

 슬피 울면 아마 하늘에서 불쌍히 여겨 입으실 옷과 타실 수레가 떨어져 내려올 것이야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