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ference

말라 죽어가는 유프라테스江

말라 죽어가는 유프라테스강(江)

  • 입력 : 2009.07.15 02:56

티그리스강과 함께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젖줄이었던 유프라테스강이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수량이 급감해 강 폭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강 하류에 해당하는 이라크 전역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직접적 원인은 2년간 계속된 가뭄이다. 저수지들이 말라붙고 운하들은 실개천이 되면서 주요 작물인 밀과 보리 경작지들은 황폐해졌고 어선들은 메마른 땅 위에 널브러졌다. 그나마 비가 좀 내리는 북부에서도 밀과 보리를 경작하는 면적은 95% 급감했다. 이대로 가면 밀 생산량은 2년 전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라고, 미국 관리들이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한때 이라크는 유프라테스의 축복으로 번영을 구가했다. 세계 최대의 대추야자 수출국이었으며, 독일 맥주회사들에 보리를 공급하기도 했다. 맛이 좋기로 유명해 값비싼 안바르 쌀은 이라크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라크는 곡물 수입국 신세다. 강줄기에 생계를 직접 의존하는 농부와 어부뿐 아니라, 성직자와 정치인들에 이르는 이라크 사회의 전 계층이 오그라드는 유프라테스처럼 생존을 위협받는다.

이런 사태에는 유프라테스강의 상류에 해당하는 터키시리아의 이기적인 수자원 정책도 한몫했다. 이들 국가는 이라크측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댐을 지어 유프라테스 강물을 가두기 시작했다.

이라크는 물을 얻기 위해 이들 나라에 비는 처지가 됐다. 이라크의 애원에 못 이겨 터키 정부는 최근 물 방류량을 일시적으로 늘렸지만, 그래 봤자 평균 수량의 60% 수준이었다. 물로 인한 이라크의 고통이 장차 이라크와 이웃나라 간 갈등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큰 것도 이런 사정에 기인한다.

신약 성경(요한계시록)에 따르면, 유브라데(유프라테스) 강물이 마른다는 건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졌음을 암시한다. 이슬람의 하디스(예언자 무하마드의 언행록)도 이 강이 마르면 다툼이 일어나 100명 중 99명꼴로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