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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나는 내가 천주교 신자임이 창피하다

나는 내가 천주교 신자임이 창피하다

                

 입력 : 2013.11.27 05:37                                                                                                    이태영 치과의사

 

정말로 창피하다. 창피하다 못해 화가 치민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 사제가 전북 군산에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 미사를 열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너무 기가 막히면 말이 안 나온다는데, 기사를 접하고는 내가 딱 그랬다. 사실 '일부'라고는 했으나, 그들의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일부라고 뒤로 숨는 것은 종북 성향의 단체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비겁한 행동이다. 이들이 과거부터 보여왔거나 이번에 보여준 이런 행위들은, 다분히 개인적인 차원임에도 천주교 사제라는 이름을 걸고, 미사라는 형식을 사용하여 일반 천주교인이 아닌 국민에게 마치 전체 혹은 상당수의 천주교인이 지지하는 것으로 인식될 우려가 매우 크다. 따라서 천주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불쾌하고 창피스러운 것이다.

그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더 이상 사제복을 입고 천주교의 이름을 이용하여 명예를 훼손하지 말고, 각 개인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즉, 대선불복이라는 정치적 투쟁 수위를 조절하는 야권의 선봉장 노릇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 사제의 옷을 벗고 하라는 것이다. 개인의 정치적 입장 표명이야 철저히 개인의 책임하에 하는 것이니, 왈가왈부할 일이 없을 것이니 말이다. 더 이상 신부라는 이름으로 그러한 정치 행태를 보임으로써, 일반 국민에게 마치 모든 천주교인의 뜻인 양 곡해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천주교라는 이름, 사제라는 직위, 미사라는 형식은, 전적으로 종교적인 신성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던가? 비겁하게 종교의 보호막 뒤에 숨어서 나라의 혼란만을 꾀하는 패거리 짓에 이용해 먹어도 좋은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한국 천주교에도 바란다. 아무리 이들이 '인준 단체'가 아니라 해도, 천주교의 테두리 안에서 이러한 행위를 일삼고 있음을 알진대, 언제까지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것이 더 이상 종교적으로 해석할 일이 아님을, 이들이 그간 보여준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는가? 과연 이들에게 우리의 고해성사를 들어달라고 할 수 있을까. 전체 천주교인의 외침을 천주교단은 들어야 한다. 아마도 나 말고도 이런 고민을 하는 신자들이 많으리라. 한국 천주교의 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