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긴 정복 끝낸 평화의 여왕 크리스티나
데카르트에 철학 배운 뒤 가톨릭 개종 선언… 왕좌 내려 놔
권력대신 자유택한 "여자 데카르트"
1650년 2월 11일 북구의 차가운 나라 스웨덴에서 철학자 데카르트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티나 여왕(1626~1689, 재위 1632~1654)이 주치의를 급파했으나 위대한 철학자를 죽음에서 구해내지는 못했다. 주변에선 여왕의 극성스러운 학구열이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의 사인(死因)을 제공했다고 입방아들을 찧었다.
스웨덴 궁정을 멋진 문화와 예술의 산실로 만들고자 했던 여왕은 직접 데카르트에게 배움을 청했다. 빠듯한 여왕 일정에 맞춰 배정된 수업 시간은 새벽 5시. 추운 날씨와 무리한 일정 탓에 데카르트는 건강을 잃었다. 4년 뒤, 이번에는 죽은 데카르트가 여왕 때문에 원망을 들어야 했다. 여왕이 왕위를 내려놓고 신교도 국가인 스웨덴을 떠났기 때문이다. 여왕이 가톨릭으로 개종했는데, 가톨릭교도였던 데카르트의 영향이었다. 절대 왕정 시대였던 17세기에 왕위에 오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왕위를 내려놓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왕의 아버지 구스타브 2세는 '북구의 사자'라는 별명을 가진 탁월한 전쟁왕이자 스웨덴을 강국으로 만든 개혁왕이었다. 그는 엄격한 신교도로 국가를 사상적으로 통일했고, 30년전쟁(1618~1648)에서 신교도 진영의 리더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전쟁왕은 38세에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6세의 크리스티나가 '소녀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어 하루 12시간씩 이어지는 엄격한 제왕학 수업을 성실히 해낸 크리스티나는 18세가 되자 섭정 대신들을 물리치고 왕권을 장악해나갔다.
그가 실권을 쥐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전쟁을 끝내는 일이었다. 아버지 덕에 스웨덴은 승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으나, 그 승리 뒤에는 국민의 크나큰 희생이 있다는 것을 크리스티나는 깨달았다.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반대에도 여왕은 평화를 추구, 전쟁을 종결지었다. 그 과정에서 거액 배상금을 얻어내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전쟁 종결로 그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 평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1654년 평화의 여왕이 28세 젊은 나이로 돌연 퇴위를 선언한다. 가톨릭 개종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는 '1국가 1종교' 원칙이 통용되고 있었고, 신교도 국가에서 가톨릭교도가 최고 통치자가 될 수는 없었다. 유일한 길은 국민 모두를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는 일인데, 이는 국가적 정체성을 뒤흔드는 무모한 일이었다. 퇴위를 한 여왕은 남장한 채 백마를 타고 몇몇 심복만 데리고 홀연히 스웨덴을 떠나 로마로 갔다. 신비하고 낭만적인 여왕의 이야기는 영화와 오페라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1933년 영화 '크리스티나 여왕'에서는 고혹적인 그레타 가르보가 여왕 역을 맡아 신비감을 더했지만, 사실 크리스티나 여왕은 외모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여왕은 머리카락색이 짙고 코가 커서 남장하면 감쪽같이 속을 만큼 중성적인 느낌의 사람이었다. 이탈리아 화가 체리니의 작업실에서 그린 그림에서 여왕은 사냥의 여신, 달의 여신이자 처녀신인 다이애나로 등장한다. 그는 평생 독신주의자로 결혼을 혐오했으니 다이애나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여왕이었을 것이다. 크리스티나는 로마에서도 가톨릭 규율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다.
크리스티나 여왕은 17세기의 일반적 관념에서 벗어난 매우 흥미로운 '개인'이었다. 데카르트 철학은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식민지 개척을 통한 세계의 확대, 새로운 과학적 발전 등으로 기존 사고의 프레임이 모두 붕괴하던 시대에 태어났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끝에 얻어진 결론이었다. 크리스티나 여왕처럼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개인'의 탄생이 가능해진 것도 전통적 사고의 기초가 모두 깨지고, 사유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권위적인 권력보다 '개인'의 자유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크리스티나 여왕은 철저하게 데카르트적인 인물이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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