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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5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

신촌의 대학병원 본관 1층에서 암병동으로 이동중에 일방적인 욕설을 듣습니다.

 

70대로 보이는 건장한 노인이 휠체어를 끄는 50대후반의 중후한 어른에게 상스럽고 일방적인 욕설을 합니다. 너무 심하다싶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보니 휠체어에 타신 분은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루게릭병종으로 보이는 노인인데 무표정하게 앉아있고 자제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휠체어를 끄시는 점잖은 분이 가만 있다가  결국엔 못참고 너무 지나치시다고 한마디 합니다.

이에 욕설을 하는 노인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씨발놈아, 아프니까 욕이 절로 나온다. 씨발놈아."

 

지켜본 결과 휠체어를 끌다가 지나는 노인과 부딪힌 모양입니다.

부딪혀서 아프니까 당연히 욕이 나온게지요. 우리 인간의 본능이 아니겠습니까. 그냥 지나치면 될걸 가지고 지켜보는 내 자신도 한심합니다만 길에서 심한 욕을 먹는게 답답하여 지켜본겁니다.

 

직장인인 내 자신이 평일에 휴가를 내고 병원에 들른건 CT촬영후의 진료를 받기 위함입니다.

비뇨기과와 신장염 증세 등은 늙어서 그렇다지만 비결핵성 결점이 8mm정도 허파 깊숙한 곳에 있어 치료가 힘들고 균도 발견이 어렵다보니 본관에서도 진료받고 또 암일 수도 있다 하여 암병동에서도 진료를 받은겁니다만 증세는 정상인과 별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크기가 자라는지 또 어떤 변이 증세가 있는지 해마다 받는 검진입니다.

골골백년이라고 1년에 한번씩 검진을 받다보니 오래 살거라 말들하네요.

 

본관에서 찬송가를 들으며 성구 그림도 보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암병동 이동중에 목격한 일입니다.

다행히도 방호복을 입으신 의료진 한분이 간섭하시며 말리는걸 보며 자리를 뜹니다.

하면서도, "아프니까 욕이 나온다"는 말이 귓전을 맴돕니다.

 

TV에서 방영되는 연예인들이 육체에 고통이 가해지면 욕설이 나오는데 묵음 처리하고 "XX" 라고 표현하더군요. 인간 본능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고보니 좁은 길에서 조심하지 않고 잘못 운전하신 어른이 크게 잘못하셨네요.

 

하면서도, 내 속에서 올라오는 울화는 내 성격이 편한 성격이 아님을 나타내는거 같아서 입을 다뭅니다만....

 

"그렇게 욕을 해대니까 성질더러워 그 나이에도 보호자없이 혼자 병원 치료받으러 왔겠지."

그러고보니 내 자신도 성질 더러워서 보호자 없이 혼자 진료받으러 왔나 하는 생각에 뭐라 말을 못하겠습니다.

 

7살 외손주가 백조, 타조, 다람쥐, 토끼 등을 특색있게 그려내면 5살 동생이 색칠해내어 가족들에게 나눠주며 선물합니다.

그런데, 물건을 담아 운반하는 웨건을 구입하였는데 4바퀴중 3개는 프라스틱이고 1개만 고무 재질로 되어있는걸 발견해내는 이가 사위입니다. 만져봐서 느껴야 하는걸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만 구입처에 알아보니 모든 조립품이 그렇게 되어있다면서 설계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고객이 원하는대로 해주겠다고 인정하네요. 작동하는데는 아무런 문제는 없지만 결국 방향전환을 하는 두 바퀴는 프라스틱으로, 그리고 나머지 두 바퀴는 고무로 된 재질로 바꿔서 다시 탁송받은겁니다. 직계 가족들  모두 모두가 특색도 있지만 예민한 성격들입니다.

5살조차도 성격이 유한 편이라지만 자존심이 상하면 못참는 듯 합니다.

직장에서도 참 기분상한 일을 당했습니다만,

확진자와 접촉하였다 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는데 음성이라나요. 그런데 식사하는데 여러개의 빈 자리를 놔두고 하필이면 내 앞에 앉는겁니다. 빈 자리 놔두고 어찌 앞에 앉느냐 한마디 했더니 기분 나빠서 밥이 목구멍으로 안넘어간다나요.

 

거리두기로 빈자리가 많이 있는데도 내 앞에 앉는걸 내가 거부하였으니 기분나쁜거겠지요마는, 시대가 그러하고 거리두기가 상식일진대 내 자신이 코로나에 전염된다면 안식구의 건강에 생사 문제로 연결되고 안식구로 인하여 매주 만나게 되는 사위의 사업 터전과 방문인들마저 문제가 생기므로 일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내 자신이 예민한 탓이라 자책하면서도 염려가 되어 식사 도중 차라리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맙니다. 

 

음성으로 판정받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양성이 될 수도 있고 미리 조심하는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적군 하나를 더 만들었습니다. 그 이는 평시에도 주는거 없이 밉다고 내가 피하는 사람인데 내 속마음을 보여주고 말았네요.

 

그러고보니, 지난 8/14자 밧개해변을 다녀오며 들렀던 꽃게전문집에서 10단위 고객에게 주는 이벤트라고 받은 간장게장도 그렇습니다. 일반 돌게보다도 반 이하로 작은 것들을 간장게장으로 담가서 돈도 얼마 안들고 자라나는 새끼 돌게라지만  법적으로도 문제없기에 이벤트가 가능한걸로 보입니다. 문제는 돌게가 나무 딱딱하여 치아가 상할까 염려되는겁니다.

 

그럼그렇지, 10개 주문서마다 이벤트로 주는 간장게장이 그리 비싼건 아닙니다만....흠집을 잡아내는 내가 내 스스로 미울 때도 있습니다만... 하면서도 평시에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이이기에 받는이에게도 기분좋은 일입니다. 4인 기준 12만원짜리 식단인데도 비싸단 생각보다는 기분좋은 추억을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직장 안의 뒷자리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납품하러 오신 분에게 하는 인사입니다.

"오랜만에 봅니다. 한 동안 보이질 않아서 죽은 줄 알았는데 반갑습니다."

납품하시는 분은 항상 "을"이지요. 그 표정을 보니 그냥 웃고 맙니다. 직장 타부서의 동료이면서도 그 친구를 피하는 이유입니다. 나도 잘 사용하는 농담입니다만 남이 사용하니 듣기만해도 기분나쁘네요. 상황에 따라 농할게 따로 있지...내로남불이지만 내가 도움을 줬으면 줬지 도움받을 일은 없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70넘으신 권사님이 직장에서 근무중이라는 말씀에 건강하셔서 일할 수 있으니 좋지요 한마디합니다만 입에서 내뱉은 후 '아차'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 자신이 실수했습니다.

칠순이 넘어서도 사는게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돈벌러 나가신 분에게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시니 좋다는 말이 과연 올바른 인사일까요.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말이란게 뱉어내면 그만이지만 잘못했다고 그만 거둬들일 수가 없는 것도 고민입니다.

 

나이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는 옛 장모님의 말씀이 새삼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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