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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0 가을겆이에 즈음하여

나이50넘어서 지체장애 2급인 처남이 장모님과 함께 파지를 주워서 생활합니다.

리어카를 끌던 중 동네 여느 집앞에 버려진 신발과 파지더미를 줏어 고물상으로 넘기며 몇천원의 돈을 받았는데 경찰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홀로 사는 여느 여인이 분실신고를 하고 CCTV를 확인하여 경찰로부터 추적을 받아서 연락이 온거랍니다. 잠시 밖에 내놓은 물건들을 훔쳐갔다는게지요.

 

동네 사람들인지라 누구인지 짐작은 나중에 차치하더라도 다시 분실신고를 한 여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파지라는 것이 회사의 중요한 서류들인데 잠시 내놓은걸 가져간 것이 점유이탈물 횡령죄라는겁니다. 도둑이라는게지요. 고물상으로 가서 잃어버린 신발은 찾았으나 회사의 중요한 서류를 찾을 수 없으니 그 댓가로 200만원을 내놓으라는겁니다. 또한 동네 사람으로서 대면하면 얼굴을 알 수 있으니 만날 순 없고 계좌번호를 알려주면서 송금하라는게지요.

 

처남과 장모님의 당혹스런 사정에 그 여자가 사기꾼이 아니냐, 200만원이란 돈도 협의하여 깎을 수 있는 돈이다, 주려면 경찰서에 의뢰하여 주라는 등등의 조언을 해주지만 처남과 장모님은 모든 의견을 각하하고 200만원을 그대로 송금했답니다. 자신들이 기독교인이란 말과 함께 전하였다지요.

 

이러한 말을 듣는 내 자신은 여인이 사기꾼같다, 처남이나 장모님이 뭔가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사위되는 장로님에게 말을 하지만 더 깊은 내막을 모르고는 쉽게 말할 순 없음도 압니다.(이런 얘기를 전하는 장로님은 수도권에서 1~2천여평의 답을 소유하고 넉넉한 동산을 가지고 생활하면서도 또한 장모님으로부터도 도움도 받는 처지로서 처남의 건강을 위해 파지를 줍고 있답니다.)

 

익일인 오늘이 되어 그 결과를 물으니 그 대답이 또 희한합니다.

200만원을 받은 그 여인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는데 잃어버렸으니 어찌할 수는 없고 파지를 줏으며 어렵게 사시는 분 같은데 그 돈을 받기가 뭣하여 돌려드리겠다면서 200만원을 다시 송금해서 받았답니다.

그런데 200만원을 돌려받은 처남과 장모님이 그럴 수는 없다면서 미안한 마음에 다시 100만원이라도 받으라고 송금했다는 것이 오늘의 얘깁니다.

 

200만원을 그대로 꿀꺽했다면 그 여인은 평생 머리에 숯불을 이고 사는 사람이 될겁니다. 왜냐구요? 파지를 줏어 생계를 이어가는 어려운 이웃에게 등쳐먹은 사람이 될거니까 아마도 자신의 가족에게조차 말할 수가 없을겁니다. 돌려주었으니 마음이 편해지겠지요. 잃어버린 서류야 어찌할 수 없겠지만 자신이 밖에 내놓은 불찰도 있으니까요.

 

또한 100만원이라도 드리겠다고 받으시라는 처남과 장모님은 본의아니게 남의 물건을 훔쳐서 경찰서에서 연락까지 왔으니 그 죄책감을 없이하기 위해서라도 100만원을 주겠다는 뜻이었겠지요.

 

각자의 서로 다른 입장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였으니 사위되시는 장로님은 입다물고 가만 계시라 말한 것이 바로 오늘 5시간 전의 일입니다.

(이틀이 지난 11/12저녁에야 다시 확인해보니 上記 내용 그대로 종결되었답니다.)

 

(화문석 얘기도 해줍디다. 총각 시절 윗형님들과 3명이서 밤새워가며 2~3일에 화문석 하나를 짜서 읍장에 내놓았다는데 이웃집에선 일주일에 하나 나올까말까 했답니다. 내가 만주에서 개장수할 때 얘긴가 했더니 미리 4가지 색상을 물들이고 3명이서 함께 앉아서 무늬를 짰는데 격자무늬보다는 오리모양의 무늬로 짠게 가격이 더 좋았다는 디테일한 얘기도 하네요. 판 돈은 형님들이 챙겨서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는답니다. 그 형님들이 70이 넘었다는데..)

 

마침 옛 직장 동료로부터 가을겆이 단감을 한박스 받았습니다.

어제 저녁에 처가집으로부터 받았다나요. 정년퇴임이 다가오는 나이에 꾸밈이 없고 넉넉합니다.

마음씨도 좋으니 불교의 용어를 빌리자면 인연을 계속 맺을 수 있는 친구이지요. 

이제 오는 11월21일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내 수고와 땀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가을겆이에 숟가락얹으며 튼실한 단감 하나에  달고도 뿌듯한 포만감을 느낍니다.

하면서도, 단감의 하얀 분말이 그대로 묻어있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단감의 반만이라도 내 자신도 정직한 열매를 맺어야 할터인데 세상 때에 찌들어살면서 내 속과 시야도 흐트러졌음을 느끼며 늘 하나님께 죄스런 마음입니다.

(작게 보이는 것이 네임펜 2/3이상 크기의 단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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