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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최생원전 1/2

우리나라 고전을 읽으며 올리는 글입니다.

"최 생원이 귀신 잡네"라는 소제목이 붙여져 있습니다.

 

'언젠가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는 글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주어체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귀신이 있다고 하는데, 귀신이 정말 귀신이 있을까?"

"있네."

 

어느 날 그 친구가 또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귀신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귀신이 없을까?"

"없네."

"...자네 말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인가?"

"그렇다네. 자네가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것이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것일세."

"...귀신의 이치는 지극히 알기 어렵고,

또 그 자취는 신비롭기 그지없네. 그러니..."

 

'나는 친구에게 우리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라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일찌기 우리 집 남쪽에 집이 한 채 있었다.

그 집에는 원래 귀신이라고는 없어서....

다섯 해가 되도록  나뭇잎 하나 놀라 퍼덕이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그 집 주인이 이웃 사람과 사이가 나빠졌다.

이웃 사람은 그 집 주인이 너무나 미워서 밤마다 오줌을 누러 나오면서 담장 너머로 돌을 서너 개씩 집어던졌다.

 

...처음에 그것이 도둑의 짓이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런 일이 사흘이나 계속되자, 마침내 주인은 무당을 불렀다.

무당은 .....떡을 차려 놓고...방울을 흔들며 주절주절 신을 불러들였다.

이웃 사람은 담 구멍으로 그 꼴을 엿보며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다시 장난으로 나무에 돌을 집어던졌다.

..."딱"하고 큰 소리가 나면서 나뭇가지들이 모두 우수수 떨렸다.

그리고 하필  돌이 떡 위로 떨어져 떡시루가 와장창 깨져 버렸다.

.....무당이 혀를 떨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고는 방울을 냅다 집어던졌다.

"귀신의 노여움이 너무 심해서 어떻게 달래 볼 도리가 없네요."

 

그 뒤로는 이웃 사람도 오래가면 들킬까 봐 돌 던지는 일을 그만 두었다.

그러나 그 집 사람들은 밤만 되면 무서움에 떨었다.

누구는 얼굴이 신발에 차여서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하고,

.....

기와가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처마나 기둥이 자꾸 기울어지고,

몇 달 뒤에는 안주인이 죽고 식구들이 있달아 병이 나서

결국 그 집은 흉가로 소문이 났다.

 

다시 또 북쪽에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 집에는 귀신이 많아서 집을 헐값에 내놓았다.

...그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그 집을 사서 이사를 가기로 하였다.

집주인은 처자식과 하인들을 불러 놓고 가만히 타일렀다.

"우리가 이사 갈 집에는 귀신이 많다.

그러나 거기 가서 살지 않으면 달리 갈 곳이 없다.

그러니...귀신을 봤다는 말조차 입 밖에 꺼내지 말라...."

 

귀신들이 휘파람을 불고 춤추고 날뛰며 집주인에게 제사를 지내 달라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집주인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물 길어 오는 여종을 뜰에 자빠뜨리고,

지붕 위에서 기왓장을 집어던지기도 하였다.

사흘재 되는 날 밤에는 구 집 귀신들이 신발이란 신발은 모두 가져다가 탑처럼 높이 쌓아 놓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 집 식구들은 본 체 만 체하였다.

이웃 사람이 와서 그것을 보고는,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요?"

하고 물었지만, 모두들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지 열흘이 지나자 온 집 안이 깨끗하고 조용해져서 귀 새끼 한 마리 나오지 않았다.

그 집 사람들은 거기서 스무 해를 살았지만 아무런 걱정도 없었다.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 들려주고 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남쪽에 살던 집 얘기를 듣고 나서...귀신이 있다면 있지만 무당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생각했네....

북쪽에 있는 집 얘기를 듣고 나서...귀신이란 없다고 여기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네....

내 말이 옳지 않은가?

 

그렇구먼.

 

이상이 최생원전의 귀신이야기 전편입니다.

조선 시대에 지어낸 고전 이야기가 지금 현대에서도 논란 거리임을 짐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