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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최생원전 2/2

우리나라 고전 "최생원전"의 '최생원이 귀신 잡네' 후편 이야기입니다.

 

'한번은 또 다른 친구가 나한테 놀러 와서 최 생원이라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라는 글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최 생원은 영남 지방에 사는 사람이다.

성이 최씨라는 것밖에 이름은 알 수 없다.

우리나라 말에 선비를 '서방님'이라고 하고 늙은 서방님을 높여서 '생원'이라고 하니,

최 생원은 영남 지방에 사는 나이 든 선비일 것이다.

최생원은 평소 귀신을 업신여겼다.

그래서...푸닥거리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꼭 찾아가서 한바탕 뒤집어 놓고 돌아왔다.

 

언젠가 최 생원이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길가에 묵은 당집이 하나 있었는데,

때마침 무당이 거기서 푸닥거리를 하고 있었다.

무당은 갓을 쓰고 비단옷을 입은 채 왼손으로는 신장대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부채를 흔들고......

그 앞에는 시골 영감들이 허리를 굽혀 음식을 올리며...

 

최 생원은...호통을 쳐서 말을 앞으로 내몰았다.

그러고는 채찍으로 무당을 휘몰아 내쫒고 종이로 만든 칼을 꺾어 버리고 젯상과 탁자는 발로 차서 땅 위에 거꾸러뜨렸다.

..."하찮은 귀신 놈이 어찌 감히 백성을 유혹하느냐?"...

 

...최생원이 탄 말이 갑자기 땅에 고꾸라져 뻗어버렸다.

말몰이꾼이 그대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으며...

"...제 잘못이 아닙니다요. 아까 그 신은 영험하기로...이제 이 일을 어쩐대요?"

 

최생원은 당장에 분을 참지 못하고...

다시 그 당집으로 달려가서 지붕에 불을 싸질러 버렸다.

...물동이 크기만 한 검은 기운이 나오더니 고개를 넘어가 버렸다.

 

최생원이 그럭저럭 나이가 들어 가면서 기운도 점차 쇠약해지며 귀신에 대해 까다롭게 굴지 않게 됩니다.

우연히 산길을 가다가 도중에 날이 저물어 한 시골집에 들어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합니다.

이에 주인이 저녁에는 신에게 기도드릴 일이 있어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니,

최생원은 한사코 우겨서 마침내 바깥채에 묵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이 푸닥거리하는 것을 말리지는 않았고,

그 마을이 옛날 자기가 당집을 태워 버린 마을이란 것도 까맣게 몰랐습니다.

 

최 생원이 방에 드러누웠는데 무당이 신의 뜻을 빌려 집주인에게 타이릅니다.

 

"너는 내가 어떤 신인 줄 아느냐?

제물은 풍족하냐?

차린 것은 정결하냐?

너는 내 앞에 젯상을 차리되 허주나 군웅같은 다른 잡신들한테 대하듯이 해서는 안 될 것이야.

그리고 최 생원의 상은 따로 차렸느냐?

...그 상을 차릴 때는 내 상에 비하여 열 배는 높여야 할 것이야.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최 생원이 틀림없이 너를 죽이고 말 것이야."

 

잠시 후 주인이 최 생원이 묵는 방 앞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갑니다.

최 생원이 주인을 불러 영문을 물으니 앞서 이야기한 당집 불태운 이야기입니다.

 

"내가 바로 그 최 생원이오.

...빨리 최 생원 상을 나한테 들이시오.

오늘 배불리 좀 먹어야겠소."

 

집주인이 그 말을 듣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무당한테 가서 귀뜸을 해줍니다.

무당이 그 말을 듣자마자 별안간 당에 거꾸러져 버립니다.

한참 만에 깨어났지만 신은 이미 떠나고 밤새도록 신이 내리기를 빌어도 신은 끝내 내리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사람도 귀신을 무서워하지만 귀신 역시 무서워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마을 사람들이 최 생원의 상을 따로 차리고 공을 드린 지 몇 해가 지났는데더 최 생원이 까맣게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 생원은 꿈송에서조차 한 번 가서 먹어 본 적이 없으니 참 맹랑한 일이다.

그뿐인가?

최 생원이 엄연히 바깥채에 있는데도 무당은 알지 못했고,

영험하다는  신도 전혀 알지 못하였다.

뒤늦게 집주인의 귀띔을 받고 나서야 겨우 알아차리고 똥이 빠지게 달아나 버린 것이다.

 

이런 판국에 무슨 귀신의 영험을 믿으며,

그런 귀신을 섬겨 무슨 복을 받겠는가?

진실로 강직하고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귀신들도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리라.

 

고전 이야기라지만 이야기의 해설로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조선 후기에 항간에 떠도는 귀신 이야기에 대하여 자신의 귀신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은 "이 옥"이 친구 김려(金礪)의 문집 "담정총서(潭庭叢書에 실려 있습니다.

 

없는 귀신도 있다고 믿으면 나타나서 해코지를 하며,

갖은 해코지를 하는 귀신들도 지혜롭게 대처하면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옥은 결국 최생원전을 통해서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두려워한 전통적인 생각을 부정하고,

귀신은 사람의 힘으로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펼친 것입니다.

 

결국은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