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고 자료/기독 고찰

[1] 고린도·아레오바고

[그리스도교 초대 교회를 찾아서]

 [1] 고린도·아레오바고

  • 그리스=김한수 기자                                                               입력 : 2010.05.07 03:03

'이방인의 사도' 바울, 고린도에 '사랑'을 외치다 아테네 서북쪽 '풍요의 땅' 1년반 머물며 교회 일궈 그리스神 섬기던 이들에게 "너희가 알지 못한채 위하는 그분, 하나님을 알게하리라"

 

그리스와 터키는 초대 그리스도교 교회가 활발히 활동했던 지역이다. 사도 바울과 요한 등이 때로는 치열한 교리 논쟁을 벌이고, 때로는 박해를 받으며 복음(福音)을 전도했던 터전이지만 지금은 흩어진 돌기둥과 마구 자란 엉겅퀴 등이 역사의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5월 4일까지 초대 교회 성지들을 찾아 마음의 눈으로 2000년 전 그리스도교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그리스도 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 노래의 가사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코린토스) 교회의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고린도전서)의 한 구절이다. '이방인의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서 1년반을 머물며 교회를 일궜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 서북쪽으로 1시간가량 고속도로를 달리면 저 멀리 밥공기를 엎어놓은 듯한 거대한 바위산이 나타난다. 옛 고린도 시가를 굽어보던 해발 566m의 아크로고린도였다. 고린도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부(富)가 넘쳐났던 곳이다. 북쪽의 그리스 본토와 남쪽의 펠로폰테소스반도는 불과 6㎞의 고린도 지협(地峽)으로 끊어질 듯 이어져 있다. 지금은 19세기 말에 완공된 운하로 배가 다니지만 고대의 고린도는 이오니아해와 에게해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막대한 부를 누렸다. 고린도 유적지는 거대한 석주(石柱) 7개가 남은 아폴론 신전과 광장인 아고라터, 이오니아해 쪽의 항구인 레가이온으로 이어졌던 폭 6~7.5m의 포장도로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AD 50년 무렵 바울이 고린도에 도착했을 때 부가 가져다준 향락에 빠져 있던 그리스 사람들은 그리스의 여러 신들을 섬겼고, 유대인들은 바울의 전도를 방해했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 바울은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는 계시를 받고 마음을 다잡는다. 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를 만나 함께 천막을 만들어 팔면서 번 돈으로 선교활동에 나선다.

 

유대인의 반발로 사도 바울이 재판을 받았던 고린도의 그리스도교 유적지 앞에서

성지순례단이 설명을 듣고 있다. 뒤편에 높이 솟은 산은 아프로디테 신전이 있던

아크로고린도. /김한수기자 

 

하지만 유대인들의 반대는 거셌다. 결국 바울은 로마 총독 갈리오의 법정에 서게 됐다. 그러나 갈리오는 "언어와 명칭과 너희 법에 관한 것이면 너희가 스스로 처리하라"고 유대인들을 쫓아냈다. 당시 바울이 재판을 받기 위해 섰던 단상(Bema)은 고린도 유적지 한복판에 그대로 남아 있다. 높이 5m, 폭 15m의 석조 단상 뒤로는 그리스 신화에서 미(美)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신전이 있었던 거대한 아크로고린도가 펼쳐져 있다.

바울은 고난을 겪었지만 성과도 상당했다. 유대인들의 회당장(會堂長) 그리스보가 가족과 함께 그리스도를 믿게 됐고, 고린도의 재무(財務) 담당 고관인 에라스도 역시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 이같은 성과 때문인지 바울은 훗날 마케도니아에 머물던 시절 고린도 신자들에게 보내는 두번째 편지(고린도후서)의 첫머리를 '고린도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와 또 온 아가야(그리스 본토 남부 지방)에 있는 모든 성도에게'라고 시작한다. 그 사이 그리스도교가 고린도를 중심으로 상당히 전파된 것을 알 수 있다.

유대인이지만 로마 시민권자였고 그리스어(헬라어)에도 능통했던 바울의 학식과 담대함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아테네의 아레오바고이다. 언제나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파르테논 신전 바로 아래 바위 언덕인 아레오바고는 당시 새로운 학설이나 사상을 발표하던 장소였다. 바울은 고린도에서 전도하기에 앞서 아레오바고를 찾아 "'알지 못하는 신(神)에게'라고 새긴 단(壇)을 보았다. 너희가 알지 못하고 위하는 그것을 너희에게 알게 하리라"며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을 설교했다. 성지순례를 떠난 서울 광림교회 신자들과 함께 고린도를 거쳐 아레오바고에 도착하자 언덕으로 오르는 입구 바위에 헬라어로 새긴 바울의 설교 동판이 석양에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