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지만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욥기서 8장 7절의 말씀이 뇌리를 스칩니다.
어제 전기 배선과 여러 관로를 설치한 후에 오늘 레미콘 차량으로 콘크리팅하는걸 지켜봅니다.
아침 9시반경 집을 나서며 북한산성 입구로 들어서서 오른편의 의상봉이 1.2km라는 팻말을 기억합니다.
오르는 등반길이 조금 거칠어보입니다만 구두신고 천천히 걸어올라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오르는 산중에 진달래가 전반적으로 피어있는걸로 짐작컨데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도 몽오리가 충분히 생겼으리라 짐작도 해봅니다.
고양시 소재의 농협대학교도 벚꽃이 피면 개방하지 않겠는가 짐작도 해봅니다.
사실, 1km가 넘는다는 백화사는 얼마전인 지난 3월경에 수월하게 다녀왔던지라 0.7km의 의상봉이야 쉽게 갈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나선겁니다.
군부대앞 차량만이 다니고 인도가 없는 도로를 통하여 귀가했습니다만 이곳도 한산한 길입니다.
어제 주일저녁 8시즈음 오랜만에 온 손주들이 집안에서 뛰다가 관리실로부터 층간소음 신고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1층사는 8살과 6살이 고층 외갓집에 놀러와서 뒷꿈치를 들고 다니면서 잘 알겠다는 대답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 뛴 것도 아닌거 같은데 너무 예민한게 아닌가 하지만 손주들 앞에서 일을 확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사하고 8살, 6살 손주들이 여러번 왔었지만 지적을 받은건 처음있는 일입니다.
세들어 산다면 그 서러움이 얼마나 크겠는가 하지만, 미안하단 말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으니 내가 문제입니다.
단골로서 8년된 산골 음식점 주인이 건강상 문제로 4개월전에 바뀐걸 어제에야 알았으니 연수를 보면 인생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지난 날들의 사건들이 떠오릅니다.
보라카이의 그 유명한 똥기저귀를 산호해변에 묻었던 사건(당시 중국인이었음)이 있었던 화이트비치에선가 아장거리는 손주를 위해 불가사리를 한마리 끄집어내었는데 조깅하던 백인이 뛰다말고 한마디 하는데 이것도 귀한 생명이니 바다에 던져주라는 말을 못알아듣는 척 했던 기억입니다.
귀한 생명이란게 맞는 말이지만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불가사리가 조개류를 잡아먹고 낚시에도 방해되는 생물로서 잡히는대로 꺼집어내어 말려죽입니다. 물론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국에서는 불가사리를 삶아서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나는 내장을 먹는 먹거리입니다.
일하는 도중 전화가 온 것도 모르고 저녁 퇴근무렵에야 전화온걸 알고 전화했더니 노발대발입니다.
전화 한통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결국엔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교회 어느 권사님의 얘깁니다.
교회 직분자와는 욕설이 없었겠지만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심령을 죽이는 느낌입니다.
십여년이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꺼집어내는건 내 심령이 하나님을 닮은 거룩성을 아직도 제대로 따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만 지금도 모임에 참석 요청을 받지만 그 시절의 기억 때문에 피하는 이유가 됩니다.
교회에서는 친절하고 거룩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기 집앞 도로에는 절대 다른 차량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하는 앞집 권사님도 보았습니다.
어느 대형교회의 전도사님이 바지락이 든 된장찌개를 드시다가 바지락에서 갯벌이 든 죽은 조개 한개를 발견해내고는 어렵게 식당을 하는 할머니에게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고 그 교회에도 발길을 끊었습니다만 그 분이 나쁘다는건 절대 아닙니다.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지요.
예수님의 12제자 성격이 제각각이듯 한분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성격이 제각각인걸 인정합니다.
이러한걸 핑게로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교회 섬기는걸 조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내 스스로 내 행실에서 위법을 많이 보거든요.
내가 죄인입니다만.
엊그제 저녁 세입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맞벌이 신혼부부라지만 9살난 딸이 있는 몽골인입니다.
국어노트가 2권이 필요한데 아이 혼자서 노트사는게 겁이 나서 전화했다네요.
은근히 부아가 오르는데 별 수 있나요. 타지에서 인천으로 직접 갈 순 없지요.
인근 문구점하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해결했습니다만 내가 동네 축구공된 기분입니다.
한권에 천원씩 인터넷으로 입금하는건 잘하네요.
나는 못하는데 언젠간 배우게 되겠지요.
짧은 거리로 생각했던 의상대를 향하지만 북한산의 암반도 닳은걸 볼 정도의 등반길을 구두발로 올랐습니다만.
중턱에서 왼쪽의 은평구 한옥마을이 보이고 가운데쯤 지축역 아파트들이 보입니다.
하면서도 10여m 바로 아래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 소리가 들리고 총소리가 들리는데 어느 군부대의 사격훈련 소리임을 조금 지나서야 알게 됩니다.
구두를 신고는 결국 더이상 오르지는 못하고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오는데도 철제 손잡이가 없는 곳이라도 두손으로 바위나 나무를 잡고 겨우 내려옵니다.
등산화가 필수이고 음주 상태거나 물기가 있는 우천 상태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길입니다.
그래도 지난 3월에 들렀던 아미타사찰이 건너편 아래쪽에 보이니 그 보다도 높이 등반한건 맞습니다만...
결국, 의상봉 오르는걸 포기합니다.
이러한 때에 욥기서의 말씀이 떠오르는건 참 아이러니입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더이상 등반을 포기하면서 생각나는 성경구절입니다.
특별한 사연이 없다면 2~300m남겨놓고 등반을 포기한 의상대를 내 평생에 다시 오를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안전을 위해서 구두는 절대 안됩니다만 말리는 분은 없습니다.
마침, 에버랜드의 야간 경치를 구경하고프다는 말에 오후3시넘어 하원 예정인 6살을 일찍 데리고 나와서 지금 에버랜드로 향하고 있다는 안식구의 전화도 받습니다. 도착 직후 전화가 정문주차장이 만차라네요. 평일인 지금 얘깁니다.
그러고보니 의상대를 오르려고 집에서 출발하여 귀가한게 3시간20분이 소요되었네요.
이런저런 생각에 덧붙여 어제저녁 관리사무소의 전화를 받은 직후 자식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아빠 성격상 잘 참아냈지만 지금에 와서 인생을 즐기는건 아빠 복이 아니라 엄마 잘만난 탓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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