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사에서 의상봉까지 1.9km랍니다.
또 안가본 길을 가보기 위해 백화사에서 출발합니다.
북한산성 입구를 들어서면 얼마 안지나서 오른편 의상봉으로 오르는 길도 있지만 백화사에서도 오릅니다.
초반 오르다보니 능선으로 새치기하는 셈이 되어 하산을 생각하여 나무에 실끈을 묶어 표시를 해둡니다.
가진게 얇은 실이니 나만 아는 표시입니다만, 이러하니 등산로 길을 표시하는거겠지요.
등반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꿩소리가 들리더니 멀리서 딱따구리 나무 찍는 소리도 들립니다.
둔덕을 올라 앞을 보자마자 작은 노루와 눈을 마주쳤습니다만 사진을 찍으려하니 두둑! 발굽소리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아니, "둑-두!" 땅이 울리는듯 둔탁한 소리가 0.5초 사이로 나며 사라졌습니다.
모가지도 다리도 길기에 키는 성숙한 개보다도 2배정도 훨씬 크지만 몸집은 성견보다도 작고 날렵합니다.
예전에 성체인 노루는 송아지보다 큰걸 2m즈음 눈앞에서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만 한번 풀쩍 뛰니 한방에 7~8m 거리의 골짝을 건너 사라진 기억입니다..
어쩌다보니 딱따구리도 목격했습니다.
눈한켠이 검은 얼룩 강아지처럼 25cm는 너끈히 되어보이는 몸통 전체가 큰 얼룩입니다.
초중반 정도 등반길에 북한산성에서 올라온 등반로를 마주칩니다.
송화가루가 사뿐히 내려앉은 호남 어느 염전 소금을 직접 전해주신 분도 생각납니다.
인천공항에서 정년퇴임하셔서 지금은 집에서 블루투스 스피커 만드는걸 취미로 시간보낸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만.
북한산의 무슨 봉우리인지는 몰라도 경관이 나무에 가리지 않고 모두 보이려면 많이 올라와야겠지요.
그래도, 지난 4/29에 올랐던 가사당암문(袈裟堂暗門)보다는 덜 힘든거 같습니다.
그곳에선 날벌레가 더 힘들게 했습니다만..
눈 앞에서 까마귀 두마리가 공중에서 서로 싸우는 소리를 내더니 갈라져서 나는 모습도 봅니다만..
제 코스대로 등반하는 도중이지만 유난히도 오늘따라 산짐승들을 눈앞에서 만났습니다.
이젠 등반화를 신어 오르는덴 괜찮습니다만 오를수록 바람이 많이 부네요.
출발할 땐 기분좋은 상태였는데 등반 도중 점점 쳐지며 침체되는 기분이 이 세상 근심때문이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립보서 2:12)는 성구가 떠오르며 입안에서 다시금 간구의 노래가 맴돕니다.
백화사에서 의상봉까지 오르내리며 찍은 영상을 기도의 노래에 맞추어 올립니다.
오늘 사진 모두를 찍어 담은 순서 그대로입니다.
바람이 불면서 산도 날아갈듯한 기분에 의상봉에 오르지도 못하고 다시 감상에 젖어 하산하려 합니다만.
내 자신이 스스로 감상에 젖어 포기를 잘 하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예전엔 산을 오르면 뭘하나, 다시 내려올껄 왜 오르나 했던 적이 있음도 기억해냅니다.
연약한 제비꽃이 이곳에서는 더 크고 화려하게 핀걸 봅니다.
등반 초반엔 혼자였는데 쉴만한 장소마다 연속 쉬고 있으니 등반하는 여러 팀들도 만나며 쳐집디다.
홀로 오르는 어르신 말씀이 의상봉 등반이 북한산에서 중상급은 된다네요.
원효봉은 이보다도 좀 낮은 편이고 자신은 용출봉과 용혈봉을 지나는데 오늘 7~8시간 소요 예정이랍니다.
이에 힘입어 의상봉까지만이라도 가보려 마음을 다잡습니다.
청수동암문 팻말도 보이는데 의상대를 지나고 용출봉과 용혈봉을 지나야한다는 안내판을 나중에야 봅니다.
어쩌다보니 까마귀가 나는게 찍혔네요.
지난 4/27에 올랐던 원효봉 암반위에 사람들이 서있는걸 봅니다만...
원효봉이라는게 그 옆의 더큰 산봉우리인지는 모르겠네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원효봉 암봉위에 줄을 잡고 올라서 더는 넘어가는 길이 없었습니다만.
오른쪽 넓게 보이는 암반에도 예닐곱 사람들이 나란히 앉은 모습도 보입니다.
이 높은 곳에서는 진달래가 아직도 피어있다고 지나는 중년의 여인들 대화를 엿듣습니다만.
정상에 다 올라와서 분명 의상봉인듯 보이는데 너럭바위를 지나니 다시 길이 보입니다.
의상봉입니다.
안내 팻말도 보입니다. 기분은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원효봉도 의상봉처럼 팻말이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길이 없는 듯 보이지만 막다르면 길이 보입니다.
하산길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안전에만 유의하면 힘이 덜 듭니다.
하면서도, 두 손으로 몸을 지탱해야 하는 구간도 나옵니다.
이러한 하산길에서 거동이 불편한 중년분을 봅니다.
물론 어부인이 앞서서 등반하지만 정신력이 참 대단하시네요.
은평구의 한옥마을도 보입니다.
집한채에 25억정도 나간다지요.
멀리 보이는 아파트도 한켠의 한점이 10억이 넘는다는데...
높은 산위에 핀 제비꽃이 이리도 크고 화려한 자태를 뽐냅니다.
암반위에도 이름모를 꽃나무가 피었네요.
이름이야 물론 있겠지만 내가 모르니 하는 소립니다.
돌 능선이 빛나는게 아니라 사람 발길에 닳아서 그렇게 보이는겁니다.
하얗게 때가 벗겨진 암반 능선도 길이라는 표시입니다.
모래로 이루어진 사암이라서 미끄러지는걸 조심해야겠지요.
군 진지도 보입니다.
막대기를 끼워 내가 묶어둔 실이 그대로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요마는 올라온 길을 나두고 능선길을 따라내려가 봅니다.
더 크고 넓은 길이니까요.
나무가 쓰러져 있네요.
이곳에서 앞서 가시는 어르신도 봅니다만 백화사에서 북한산성 가는 내시묘역둘레길입니다.
오르는건 힘들어도 내려가는건 잘 내려가집디다.
울타리를 타고 넘어야 합니다.
지난 날에 스쳐지났던 조선조 사유지 표지석입니다.
눈앞에 무지개빛의 날벌레가 2~3m씩 날아가며 계속 앞장서네요.
딱정벌레목의 "비단길앞잡이"라는 벌레입니다.
성충은 18~20mm라는데 꽤나 커보입니다.
벌레를 통하여서라도 내 앞길을 인도해 주시길 하나님께 빌기도 합니다.
다시 백화사로 돌아오는데 약3시간?40분?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백화사에서 의상봉까지 1.9km의 등반길이 11시반경 출발, 오후3시10분경 도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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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후2시10분경인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여튼, 3시간에서 왔다갔다한다는 기억은 확실합니다.
등반길 도중 군데군데 많이 쉰 탓도 있겠지요마는 오늘따라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네요.
옛날엔 안그랬었는데....
아마도, 세상 염려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귀가하며 보이는 교회가 반갑습니다.
여기소(女妓所 址) 터라는 곳이 북한산성 축조때 동원된 관리를 만나러 시골에서 올라온 기생이 뜻을 이루지 못하여 몸을 던졌다는 곳이라네요.
예나 지금이나 이 세상 근심된 일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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