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게 없고 재미가 없다고 모든 유치원 등교를 거부하고 생물 그림책과 장난감으로 상상놀이하며 온종일 방안에서만 하루를 보내는 유아사춘기의 6살 외손주를 집안 사정으로 어제 하루를 지켜보느라 꼼짝못했었는데, 안식구가 집보러 다녀왔답니다.
어딘지는 몰라도 갑작스레 이사하게 되어 귀가 후 오늘은 버릴 물건들을 골라내느라 꼼짝을 못하는데 주변 환경 탓만을 할 수 없어서 해질녘 잠시 마실나오듯 북한산성 주변을 돌아봅니다.
보이는 산은 좌편의 원효봉과 원효봉 뒷편의 백운대, 그리고 가운데의 만경대, 오른쪽의 노적봉입니다.
북한산성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이 사기막골에서 창릉천 하류로 흐르는 물과 만나는 곳에서 솔내음누리길로 접어듭니다.
얼마 전에 폭우로 인하여 개당 1.4톤이상되는 징검다리 대리석이 100m이상 떠내려간 그 상태 그대로 있습니다.
나홀로 34평 넓은 곳에서 독처하는게 좋아보이지 않는다 하여 만8개월만에 20평되는 곳으로 갑작스레 이사를 하다보니 버려야 할 물건들을 골라야 할 처지가 되어 하루를 지냅니다만 꼼짝도 안하리라 버텼던 돌다리처럼 내 자신도 환경에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버릴 물건들을 골라내다보니 의식주에 관한건 고사하더라도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것이 집을 꾸몄던 장식들과 소시적 귀중히 여겼던 서류와 책들, 그러고보니 책장까지도 폐기하게 됩니다만,
버려야 할 물품들을 선별하는 기준이 지금 당장 쓸 것 빼고는 자랑거리로 모았지만 내가 지금껏 보질 않아 쳐박혔던, 또 내가 세상에 없으면 소용없어질 물품이 기준이 됩니다.
성경 필사본도 자랑거리로 보관하였고 소시적 기록한 자료들도 제본까지 마쳤는데 이제는 무슨 말인지 어렴풋하고 자만 거리로 전락한 듯 하여 모두 쓰레기 처분하는데 그 양이 상당합니다.
어찌보면 그러한 것들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싶지만 이제 세월이 지나고나니 교만 덩어리로 전락했습니다.
주께로부터 왔다가 주께로 돌아가는 인생 여정길에서 나그네길 봇짐싸듯 정리하는게 오히려 유쾌해 보입니다.
이제 거처를 옮길 날도 어렴풋이 3주 정도 남은 셈입니다만, 북한산의 원효봉과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을 뒷방 서재에서 다시 바라봅니다.
내 가진걸 모두 버려도 주께서 베푸시는 은혜가 더 무궁무진함을 깨닫습니다.
멀리 김포공항에서 떠오르는 비행기도 보았지만 인천의 계양산까지도 보이는 황혼의 빛을 보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10~20분 사이에 더욱 밝아지는 여명조차도 이제야 눈에 띕니다.
"세월이 흘러가는데"
가수 양희은이 부른 노래를 솔내음누리길 영상에 담아봅니다만, 버들치로 보이는 물고기들이 저녁 석양에 톡톡 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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