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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교수 칼럼

411. 정권이 바뀐 줄 알았는데(김동길)

2009/06/15(월) -정권이 바뀐 줄 알았는데- (411)

 

오늘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명박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벌어진 몇 가지 사태를 지켜보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대통령은 여전히 죽은 노무현이고, 물러 난지도

한참 되는 김대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100만 명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청와대의 새 주

인이 된 건 사실이지만, 먼저 입주했던 사람들이 안방을 내주지 않아 문칸방에서 새우잠 자고 있었다는 사실

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1년 반이 넘도록!

국민의 지지율이 10% 이하로 떨어졌던 노무현이 죽어서 다시 성자가 되고 순교자가 되어 국민 앞에 군림하

고 있습니다. 나보다도 더 나이가 많은 김대중이 노무현보다 더 높이 앉아 큰소리칩니다. “독재자 이명박은

물러나라!” - 꼭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라도 요약하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김대중은 이명박을 격상시켜 북의

김정일과 맞먹는 거물을 만들었습니다.(내가 보기에 이명박이 독재를 할 만한 인물도 아닌데) 김대중은 노무

현과 전생에 형제였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는데 맞는 말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두 사람의 마음

이 그렇게도 하나같을 수 있겠습니까.

이생에서도 “우리는 형제다”라고 해도 나무랄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이해 못할 일이 있

습니다. 왜 성자인 형을 닮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던” 동생 노무현이 억울하게도 비리에 연루

되었다하여 검찰이 “구속”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때에도 김대중은 한 마디도 안 하고 있다가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큰소리를 치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죽은 사람은 말을 못하기 때문입니까. 만일 노무현이

죽지 않고 살아서 계속 입을 열고 떠들면 혹시 “동교동 노인”에게 불리한 진술이 될 수도 있었습니까?

오늘이 6월 15일, 김대중은 다시 “햇볕정책”의 무지개를 몰고 온 천사처럼 국민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

동안 돈이 북에 간 일은 전혀 모른다고 우겨대기만 했던 사람이 갑자기, “잘 사는 형이 못사는 동생을 찾아가

는데 빈손 들고 갈 수가 없어서 1억 달러를 가져다주었습니다”라고 고백했으니 “행동하는 양심”은 대개 그런

것입니까. 권노갑·박지원은 무슨 죄가 있어서 감옥살이를 그렇게 여러 해 했는데 그 때에도 어찌하여 “동교

동의 양심”은 계속 침묵만 지켰습니까.

60여년을 신촌에만 사는 이 “신촌 김 노인”의 양심도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동교동 김

노인”의 양심도, 행동을 하건 안 하건, “신촌 김 노인의 양심”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고 믿습니다. 우리 서로

거짓말 좀 하지 말고 살다가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