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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210627 아야진 해변에서

우리나라가 인터넷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젠 어디든간에 숨어서는 못삽니다.

옛 직장 친구가 은퇴후엔 장돌뱅이되어 산다는데 새로 옮긴 주소를  로드뷰로 알아낸 곳입니다.

 

평시에는 새해인사조차 없다가도 몇년만에 문자오는 것이 나에게 부탁하는 인사뿐입니다. 지난 시절 내 자신이  못되게 굴었던 미안한 마음이 작동하여 아무런 조건없이 부탁을 들어줍니다만, 연이어 부탁이라는게 필사성경 노트를 택배로 보내달라는겁니다.

처자식을 뒤로 하고 홀로 장돌뱅이 생활을 하는 이 친구도 나름 사연이 있는 냥반입니다.

 

아랫녘 시골이라서 인근 대도시를 다녀보아도 구할 수가 없다는 핑게를 겸합니다.

인터넷도 안되어서인지 일반 문자로 보내오는데 "도서출판 줄과 추"에서 발행한거라고 사진도 보내왔는데 인터넷 판매 여러 사이트를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출판사도 전화번호가 다르고 직접 가보기 전에는 전문 기독전문 판매점에 부탁해야 할 처지인지라 그게 참 어렵습니다. 업체가 없어졌는지도...

지금껏 바쁘다는 핑게로 결혼기념일을 챙긴게 가물한데 뒤늦은 나이에 다시 기억해내고는 싱싱한 오징어회 한접시 먹고자 이른 아침 7시20분에 출발하여 11시 못되어 도착한 곳이 아야진리입니다.

도착한 숙소에서는 낮은 구름이 깔려서 태백산맥의 웅장한 모습을 제대로 보진 못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워터파크는 가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로컬 맛이 살아나는 아야진리 동네를 돌며 해변가 텐트를 치고 바위틈의 참게와 여러 해양생물도 봅니다만, 외손주들 나들이에 내 자신이 결혼기념일을 핑게하여 숟가락은 얹고자 시간을 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침 9시에 체크인하여 2박3일 저녁5시에 체크아웃하는 패키지 가격이 15만원인 리조트에서 병당 만원꼴인 수제맥주도 맛봅니다만 수도권보다는 3~5천원이 쌉니다. 원산지에 와서 그런지 동류도 10여종입니다만 모두를 맛볼 주당은 못됩니다.

7살, 5살인 외손주들 입장을 고려하여 아야진 해변에서 텐트를 치고 바윗틈의 풀게를 잡으며 여유를 즐깁니다만 속초 숙소 인근에서 조용하다고 소문난 고성군 토성면에 있는 아야진리를 택하였습니다.

코로나를 피한다는 핑게로 강원도를 택한게 속초입니다만 속초해변의 붐비는 인파는 6월27일자 뉴스로도 나왔습니다.

그나마 아야진해변조차도 거리두기는 유지할 정도이지만 소문난 그대로 많은 인파가 모였습니다.

 

6월27일 속초해수욕장
6월27일 아야진 해수욕장

멸치떼도 가끔 해변에 몰린다는데 작은 멸치들의 군무도 봅니다만 바위틈의 풀게뿐만 아니라 돌틈 사이의 군소와 성게도 직접 보고 떠내려온 생멸치를 잡아 말미잘에게 주니 촉수로 감싸안는 모습도 봅니다. 군소는 커다란 바다 민달팽이로서 소싯적 기억엔 보라색 피를 내품어 혐오스러웠는데 지금은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으면 맛있고도 영양가있는 해산물이라는데 글쎄요. 먹지는 못하고 살려줍니다.

 

잠자리채로 잡은 아기 놀래미를 이웃에게서 얻었다가 바닷돌틈 웅덩이에 풀어주기도 합니다.

소꿉장난같은 해변가 넓적바위 틈새의 해루질이지만 5, 7살 외손주들에겐 귀한 경험입니다.

모래가 둥글게 뭉쳐지는 것도 옛 보라카이에서의 산호가루 공을 생각나게 합니다.

평일이라는 월요일 숙소 아침의 고저녘한 호수 전경입니다.

호수에서 튜브를 타고 물고기 밥주는 코스가 아침10시부터 오후5시까지인데 투숙객은 일인2만원 상당입니다만,

대부분 투숙객이 동해바다에 와서 이용하는 고객은 몇몇 안됩니다. 아침 물살을 가르는게 커다란 잉어들로 보입니다.

아침 운동을 나온 분들은 대부분이 노인분들입니다.

 

물론, 아야진 해변에서 놀다가 중식을 위한 로컬식당에서 다시또 명태회를 맛볼 줄은 몰랐습니다.

정통 교인이 운영하시는 식당에서 거짓말은 못합니다. 분명 명태회는 맞습니다.

하면서도 북어로 명태탕을 끓이듯 속는 기분은 어쩌지 못합니다만, 근래들어 말장난이 정치뿐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도 파고들며 거유국을 닮아간다는 기분은 지나친 기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행히도 명태회는 무료 제공하는 것에 속았다는 마음을 풉니다.

 

7살은 뭐가 화가 났는지 소릴 꽥 지르고, 내 팔에 안긴 5살은 뭐가 좋은지 하하 웃습니다만 이른 새벽에 잠꼬대하는 모습입니다.

 

새벽녘 베란다에 놓아둔 풀게통을 보며 뭔가 서늘한 기분에 안을 살펴보니 모두가 도망가고 한마리만 남았습니다. 주변을 뒤져봐도 전혀 보이질 않고 베란다너머 아랫쪽 길바닥에 검은 점점들이 보입니다. 입실은 5층 건물에 414호입니다만 아래로 내려가보니 모두가 떨어져 죽어있습니다.

 

작은 미물이라도 4층에서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한다는걸, 그리고 게들이 모두 베란다 바깥쪽 한 방향으로 도망하다가 죽은 것이 신기합니다만 인간의 놀이감으로 떼죽음 당했다는 상실감이 너무 큽니다.

당연히 5살 외손주도 잠에서 깨어나 게를 찾기에 떼죽음당한 모습들을 보여줄 밖에요.

4층에서 떨어져서 더 이상 움직이질 못한 듯 합니다.

한마리 살아남은 풀게입니다.

인근 관광지로 아바이마을을 택하였습니다. 철로프를 잡아당겨 갯배를 움직이는 5살 외손주도 일하시는 할아버지와 짝꿍이 되었습니다.

아바이마을에서의 피난촌집과 여러 추억의 장면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바이 마을의 해변에서 노닐다가 다시 또 갯배를 타고 건너오면 속초중앙시장입니다.

명태회를 파는 식당에서 소개받아 도착한 하얀 천막집은 산 오징어 전문집들입니다.

오징어잡이 배도 구경하고 산 오징어들도 봅니다.

산오징어가 2마리에 만원입니다. 오징어회, 오징어물회, 오징어회무침, 그리고 산오징어를 그대로 삶은 숙회 총4종 8마리를 성인4명에 아이들 둘이 먹기에도 배가 부릅니다.

참고로, 오징어물회는 오징어회무침에 시원한 냉수와 얼음을 띄운거라서 그 맛이 그 맛입니다만 싱싱한 맛이 좋습니다. 

다시 풀게를 찾아 속초해변과 여러 곳을 지나보지만 아야진 해변이 그 중에 낫습니다.

이번엔 아야진 해변의 오른쪽(남쪽) 바위틈에서 텐트를 치고 놉니다.

사람을 피하여 햇살을 쬐러나온 풀게들이 낮에는 움직임이 둔한데 저녁이 되면 빨라집니다. 야행성이라 그런거겠지요

결국, 풀게를 잡고는 다시 모든걸 바다에 풀어주네요. 잡은 풀게들이 죽은 모습을 보고 5살 어린 마음에도 걸렸던 모양입니다.

 

여러 동영상을 올립니다만 먼저, 6월 27일자 아야진 해변 왼편(북쪽)입니다. 군소와 생멸치를 먹는 말미잘 영상...

6월 28일자 아야진 해변 오른편(남쪽)입니다.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암반...

6월 27일자 해변 놀이

6월 28일자 해변 놀이

이번엔 모든 영상에 음악을 가미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자연과 심연의 소리가 더 울림이 큰 법입니다만... 

아바이 마을과 주변 여행의 영상입니다. 영상 마무리로는 풀게를 풀어주는 5살 아이의 장면을 올렸습니다.

蛇足입니다.

2박3일간의 패키지이지만 사정상 하룻밤만 묵고 밤10시에 출발했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움직인지라 귀가하니 자정이 지난 1시가 다되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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