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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220123 켄싱턴비치에서

동해안의 해변 이름이 호텔 이름을 딴 프라이빗 비치라는데 민주주의라는 것도 결국은 물질만능주의입니다.

 

뱁새가 황새 쫒듯, 개미발에 워커 신듯 내 몸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여행입니다만, 세상 고민을 뒤로 하고 겨울바다 찬 바람을 맞기 위해 밖을 나와도 비싼 돈이 듭니다.

 

하면서도, 아야진이든 속초항이든 차량으로 10분내외 거리입니다.

주일 오후에 꼭대기 5층 한가운데 한곳 불켜진 곳에서  8살 외손주가 손을 흐듭니다. 손을 흔드니 곧바로 알아보네요.

가족중에서도 여자들이 창밖을 지켜보는 가운데 남자들만 한겨울 차가운 바다로 나왔습니다.

물론, 6살의 호기심 때문입니다만 생물이 눈에 뜨지는 않습니다.

해초가 바위에 깔려있어 위험해 보이는데도 혹시나 뭐가 있는가 살펴보지만 파도가 모든 생각을 삼킵니다.

오징어회를 구하기 위해 주유소 직원분에게 추천받은 곳이 동명항이고 횟집들이 즐비한데 홍게 요리도 눈에 띕니다.

결국, 인근 속초시장에까지 나왔는데 겨울철엔 산 오징어회가 드물고 방어가 제철입니다.

서해에서 동해로 와서 특색있는 먹거리를 찾는다는게 겨울철에 그리 수월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묵튀김이나 양미리구이를 찾지만 눈에 띈 것이 도치입니다.

사자나 호랑이가 사냥후에 먼저 먹는게 내장인거처럼 내 자신도 혐오식품에 눈이 갑니다.

명태회라는게 북어를 찢어 초장에 곁들어 내놓는거처럼 오래전 북어로 북어국이 아닌 명태탕 형식의 요리로 사기(?)당해 먹어본 기억이 있지만(현지인들도 그런 음식은 모른다는 답도 들었습니다) 아직 생 도치는 경험이 없기에 눈에 띈거 뿐입니다.

 

하긴, 동해바다로 올 때마다 제철에 맞는 음식을 찾는다는게 내 기호가 특이한 탓이기도 합니다.

물곰과 도치가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만 물곰도 아귀와 비슷한 듯 다릅니다.

아귀보단 물곰이 술국으로 제격입니다.

물곰으로 무우국을 끓이면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면서도 시원타 말하는 음식입니다.

갓잡아올린 손바닥만한 가자미는 어시장에서 한마리에 5백원한다는 방송도 본 기억이 납니다.

현지인들은 도치탕을 끓여먹는다는데 바람쐬러 나와 손질할 여력이 없어 궁금하던 차에 도치 숙회가 전시된걸 보고는 지나칠 수 없네요.

 

하면서도, 종전에 비싼 돈주고 숙회로 말린걸 다시 도치탕이라고 끓여 먹어본건 그리 유쾌한 추억이 아닙니다.

구입해서 먹어보니 아귀와 비슷하지만 두툼한 껍질이 쫄깃한 맛으로 식감이 좋습니다.

도치도 탕으로 먹는다면 뜨거우면서도 물곰이나 아귀처럼 시원타 말할 수 있는 맛이겠지요.

코로나 시대의 주일 저녁 웬만한 관광객들이 거의 귀가했다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북적입니다.

결국, 저녁 밥상은 대게 3마리로 6식구가 해결합니다만 약40만원돈입니다. 비싼 음식이지요.

웬만한 분들은 만져보는걸 겁낸다는데 6살은 자신만만합니다.

대게는 주인장이, 주방 코딩은 안주인이 만들어내는데 보기에도 멋과 맛이 있어 보입니다만 양이 많아 일부 포장입니다.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시는 매니저가 살갑게 대하시는게 유치원 경력 25년이 넘는답니다.

어려워진 경제 사정과 함께 겹쳐진 불치의 병중에 있는 안식구도 큰 위안을 얻고 고마워합니다.

마침, 비어있는 인천 집으로 떡국떡과 화장지를 들고 찾아온 장로님과 권사님 내외에게 죄스런 마음입니다.

형제들이 주변에 살기에 잘 받았다는 인사도 보냅니다.

교회에서 65세이상의 교인들을 위한 나눔의 자리라는데 충성치 못하는 죄인이 하나님 앞에 더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펜데믹 시대가 길어지며 문닫는 교회도 많아지는 이 때에 성도로서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만...

 

잊지 않으시는 교회의 관심에 깊히 머리숙여 감사드리면서도 또다시 무릎사이에 머리를 뭍고 조아리는 죄인이 됩니다.

주변을 삼키는 겨울밤바다의 파도가 내 양심을 뒤흔들어놓고 하얀 포말로서 내 본심을 꾸짖는 소리가 여수밤바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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