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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4 횡설수설 1

평시 건너다니던 다리는 무너졌고 꽤나 늦은 밤에 돌다리를 건너려 하나 어제 내린 비로 창릉천이 불어나 한참을 돌아갑니다.

 

이제 이곳을 건너다닐 일도 20일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내 이사갈 곳은 현관문을 열면 천주교 성당의 앞마당이라는데 오늘 어쩌다보니 인천의 규모있는 사찰에서 절편과 2023년도의 달력을 얻었습니다.

제사지내는건 절대 용납못하고 제사음식조차 만들지 않는 권사님이 절에서 주는 떡이라 말해도 한덩이를 가져가는 모습도 봅니다만 용도가 뭔지는 몰라도 그 이유가 있겠지요.

 

사람 마음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불심(佛心)이 무슨 뜻인가 사전에서 찾아보니 자비로 가득한 부처의 마음, 중생의 마음속에 본래 갖추어진 불성이랍니다.

그러면 그 불성이란 것은 무엇인가,

미혹이나 깨달음에 의해 변하는 일 없이 본래부터 중생에게 갖추어져 부처를 이룰 수 있는 근본 성품을 의미하는 불교 교리랍니다.

그러면 부처는 무엇인가.

불교의 교조인 석가모니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는데 결국은 깨달은 자(覺者)를 의미합니다.

 

결국은, 전적으로 하나님을 믿고 신뢰한다는 것도 깨달아야 하는 것인데 개신교인인 내가 사찰의 떡을 얻어먹고 달력도 얻으니 깨닫지 못하고 잘못된 성도가 아닌가 지적받을 수 있겠지요.

 

 

내 스스로를 지적하는 근거로는 기원전 605년에 예루살렘을 함락시킨 바빌론의 느부갓네살 왕이 자신의 행정 관리를 양성하기 위해서 유대인의 왕족과 귀족 가운데서 용모가 아름답고 지혜와 지식이 풍부한 소년들을 골라서 양성하였는데 다니엘과 샤드락, 메삭, 아벳느고와 함께 이방인의 신을 믿지 않고 이방인의 고기와 술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맹세한 역사적 사실과 그 기록도 있습니다만.

 

하면서도 내 자신은 하나님을 신뢰한다면서도 목사님이 캐논 카메라를 돈주고 사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는 스스로의 위안을 해 봅니다.

"캐논"이란 뜻이 불교에서 말하는 관음(觀音)을 영어로 표기한 것으로서 관세음보살의 약자(若字)거든요.

 

목사님이 돈주고 관세음보살의 제품을 사는 것과 내 자신이 사찰의 떡을 얻어먹는 것에서 죄의 경중을 따지자면 어떨거 같습니까?

웃자고 하는 얘깁니다만 나이든 개신교 어르신들의 생각도 한번쯤은 점검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목사님은 모르고 샀고 나는 알면서도 부정한걸 받았다구요?

모르고 지은 죄도 죄라고 가르친 이가 누굽니까?

캐논 제품을 산건 목사님이 불교의 부흥을 도운거고 내가 떡 하나 얻어먹은건 그만큼 사찰의 제물을 손실시켰으니 칭찬받을 일이 아닙니까?

 

선악과를 따먹은거처럼 따져서 분쟁을 일으키기보다는 포용력으로 감싸안아주는게 더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 포용력이라는 것도 우상에게 절을 한다면 포용이 아니라 굴복이겠지요.

 

세상사 모든게 아이러니하지만, 어지러운 세상에서 내 자신이 주께로부터 왔다가 주께로 돌아가는 나그네길 인생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이 새벽에 향년 94세의 일기로 소천하셨다는 보수 원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소식을 접합니다.

(4일 오후 10시 50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별세했다.)

씨알 사상으로 보수 교계로부터 이단 지적을 받아온 함석헌 교수의 제자로서 평생 독신으로 지낸 고인은 생전 서약에 따라 시신을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증하고 서대문구 자택은 누나인 고(故) 김옥길 여사가 총장을 지낸 이화여대에 기부한답디다.

장례는 자택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지는데 유족으로는 누이인 옥영·수옥씨가 있으며 발인은 오는 7일입니다.

함석헌 교수

시대의 선구자이며 역사의 산 증인에 대한 깊은 애도가 절로 우러납니다.

김동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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